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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회원 수 5억명, 게시물 수 42억개…대한민국 '트렌드 제작소' 다음카페 스무살 됐다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 인기 과자 허니버터칩, 가수 아이유, 방탄소년단….
언뜻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조합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다음카페'와 연관이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본사를 찾아 황선아 카카오 소셜서비스 팀장에게 다음카페 20주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었다. [사진 카카오]

중앙일보는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본사를 찾아 황선아 카카오 소셜서비스 팀장에게 다음카페 20주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었다. [사진 카카오]

1999년 5월 30일 문을 연 다음카페가 지난달 만 스무 살이 됐다. 스무 살이 된 다음카페의 서비스를 총괄하는 황선아(36·사진) 다음카카오 소셜서비스 팀장을 3일 중앙일보가 만났다. 황 팀장은 “다음카페는 견고하고 성숙한 ‘20주년’보다는 트렌디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스무살’ 감성을 지향한다”며 “언제라도 젊은이들이 다음카페에서 솔직한 본심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설 카페 880만개, BTS 등 팬카페만 491개

다음카페는 우리나라 인터넷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 20년간 개설된 카페만 880만 곳을 헤아린다. 누적 게시물 수는 42억 개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카페의 정체성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2000년대 초반의 다음카페는 ‘귀여니 100만 팬카페’와 ‘장미 가족의 포토샵 교실’, ‘오대 얼짱’ 등 인터넷 소설ㆍ포토샵ㆍ얼짱 붐을 만든 매개체였다. 현재는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도탁스(회원 수 56만명)ㆍ쭉빵 카페(176만명)ㆍ여성시대(78만명) 등 인기 카페와 BTS 팬카페(140만명)를 비롯한 491개의 공식 팬 카페가 대표 주자다.

지난 4일 기준 다음카페 순위 [사진 다음카페]

지난 4일 기준 다음카페 순위 [사진 다음카페]

불매운동 주도하고, 하루 만에 두 달 치 팔리기도  

인기 카페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기본. 2014년 당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품귀 사태를 빚은 건 “과자 맛이 오묘하다”는 다음카페의 댓글에서 시작됐다. GS25의 PB상품 ‘남자친구 샌드위치’는 ‘쭉빵카페’ 회원이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게 레시피를 물어봐 화제가 됐던 것에서 유래했다. 얼마 전엔 BTS 멤버인 정국이 팬카페에서 “다우니 어도러블향 섬유유연제를 쓴다”고 했다가 해당 제품 두 달 치 판매분이 하루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지난 4일 기준 다음 공식 팬카페 순위 [사진 다음카페]

지난 4일 기준 다음 공식 팬카페 순위 [사진 다음카페]

다음카페가 미닝아웃(Meaning Outㆍ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소비로 표출) 소비나 기부 같은 사회적 행동의 진원지가 되기도 한다. 지난 4월 강원 산불 땐 ‘소울드레서’ 등 3개 카페에서 4일 만에 피해민을 돕기 위한 기부금 7억3000만원이 모였다. 갑질 논란이 일었던 남양유업ㆍ교촌치킨 등에 대한 불매운동도 다음카페에서 시작됐다. 황 팀장은 “미디어와 기업들이 트렌드를 읽기 위해 다음카페를 모니터링한다”며 “예전엔 바깥세상 일이 카페 안으로 흘러들어왔다면, 요즘은 카페 안 이야기들이 실제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20대 여성들 사이에선 유튜브보다 인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다음카페의 주요 이용자는 20대다. 한 예로 모바일 다음카페 앱 사용자의 56%가 20대다. 19세~29세 사이 여성들 사이에서 다음카페의 인기는 유튜브 이상이다. 닐슨코리아의 최근 조사 결과 이들 나잇대 여성의 연간 앱 사용시간은 다음카페가 2033시간으로 유튜브(1235시간)의 1.6배에 달한다. 월 2500만 명의 이용자 중 주 5일 이상 방문자는 51%다. 이 중 30%는 매일 다음카페를 찾는다. 황 팀장은 “다음카페의 본질은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독립된 하나의 세상’”이라며 “소셜 미디어와 정보기술(IT)업계는 너무 빨리 변하지만, 그럴수록 본질을 잘 이해하고 지켜나가는 게 끝까지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올해 스무 살을 맞은 다음카페의 인기 비결이다.

판교=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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