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위, 띠동갑 세리 언니 꺾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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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셸위

박세리

'골프 천재소녀'와 '부활한 여왕'이 맞대결을 펼쳤다. 패기와 노련미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더구나 LPGA투어에선 흔치 않은 일대일 매치플레이 방식의 대회여서 박진감이 더했다. 결과는 천재의 힘겨운 승리였다.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17)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글래드스톤의 해밀턴팜 골프장에서 열린 HSB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16강전에서 박세리(CJ.29)에게 1홀을 남기고 2홀 차로 이겼다. 미셸 위는 강력한 파워 드라이브샷으로 박세리를 압박했다. 1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파5의 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0번 홀까지 접전이 계속됐다. 두 선수는 버디와 보기를 주고 받으며 팽팽한 대결을 이어갔다. 승부는 결국 파5 홀에서 판가름 났다. 미셸 위는 11번 홀 버디에 이어 14번 홀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2번 시드를 받은 미셸 위는 그러나 8강전에서 39번 시드인 미국의 신예 브리태니 린시컴에게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까지 주급 200달러를 받으며 베이비 시터로 일했다는 린시컴은 미셸 위를 능가하는 장타력을 앞세워 승리를 거뒀다.

린시컴은 "아무도 내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마음 편하게 경기를 했다. 반면 미셸 위는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어쨌든 미셸 위를 꺾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린시컴은 미셸 위가 라운드 도중 한마디도 하지 않는 '침묵의 파트너'였다고 전했다. 린시컴은 "지난해 그와 라운드했을 때는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늘은 '굿 샷'이라고 칭찬을 해줬는데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아마 경기에 집중하려고 그랬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미셸 위는 "오늘 샷은 괜찮았는데 몇 차례나 그린 브레이크를 잘못 읽었다. 퍼트 감각도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계랭킹 1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8강전에서 노장 줄리 잉크스터(미국)에게 1홀 차로 져 탈락했다. 잉크스터의 노련함이 돋보였고, 소렌스탐은 최근 9일간 150홀 경기를 치른 탓인지 무척 피곤해 보였다. 소렌스탐은 지난주 US여자오픈에서 3, 4라운드 36홀 경기를 하루에 치른 데다 다음날 팻 허스트(미국)와 18홀 연장전을 했다.

준결승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린시컴, 잉크스터-폴라 크리머(이상 미국)의 대결로 압축됐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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