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혼 배우자집 수상한 인형…고액 체납자 기상천외 수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세청 [일간스포츠]

국세청 [일간스포츠]

올해 초 부동산을 매각한 A씨는 배우자와 이혼한 상태였다. 부동산을 팔고 대출금을 갚고 나니 7억원이 남았다. 배우자에게 재산분할과 위자료 명목으로 3억6000만원을 이체하고 나머지 돈도 39회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했다. 2000만원이 넘는 거액 인출 내용은 과세당국이 파악할 수 있어서다.

A씨는 실제로 이혼한 상태였을까? 국세청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A씨 집 주변에 잠복하고 이웃에게 수소문한 끝에 A씨는 여전히 이혼한 배우자 주소지에서 같이 살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 집을 수색한 결과 장난감 인형 밑에서 현금 7100만원과 옷장에서 황금열쇠 4점이 발견됐다. 김동욱 국세청 징세과장은 "체납자를 면담해보니 이혼한 배우자 집에서 확보한 현금과 귀금속 모두 체납자 소유임이 밝혀져 총 7400만원의 체납 세금을 징수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위장 이혼한 고액 체납자가 인형 속에 은닉한 현금 다발을 확보해 징수했다고 30일 밝혔다. [국세청]

국세청은 위장 이혼한 고액 체납자가 인형 속에 은닉한 현금 다발을 확보해 징수했다고 30일 밝혔다. [국세청]

며느리 명의로 외제 차를 등록해 재산을 감춘 시부모도 있었다. B씨는 부동산을 팔 시점에 10여 건의 보험을 해약한 뒤 보험금 2억4000만원 등 총 12억원의 현금을 인출해 싱크대 안에 숨겼다. 국세청 직원이 B씨를 미행한 건 한 달 동안에만 8번. B씨는 자녀 명의로 된 54평짜리 고급 아파트에 거주했고 가족이 보유한 외제 차만 3대에 달했다. 거주지 수색 결과 싱크대 수납함에선 검은 비닐봉지에 쌓인 5만원권 1만8장이 발견됐다. 이 역시 국세청에 압류됐다.

올 1월까지 확보한 체납세금 6952억원 

국세청은 올해 들어 충분히 세금을 낼 돈이 있는 부유층인데도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틴 고액 체납자 325명으로부터 총 1535억원의 세금을 걷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 부유층을 포함해 확보한 체납 세금은 지난 4월 기준으로 6952억원(3185명)에 달했다.

체납 세금 확보 금액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1억4028억원 규모에서 지난해에는 1조8805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실적은 2013년부터 은닉재산 추적조사 전담조직을 설치한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 조직은 현재 19개팀 142명의 조사관이 배치돼 체납자 탐문과 잠복·미행·수색 등 암행 조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족 명의로 재산 숨기고 유령회사 만들기도 

적발된 체납자 중에선 가족 명의를 빌려 재산을 숨긴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을 팔고 나서 들어온 돈을 시동생 계좌로 받은 뒤 이 중 3억원을 수표로 인출해 비밀장소에 묻어두거나, 공장을 매각한 돈을 골드바로 바꿔 배우자 명의 대여금고에 보관한 사람도 있었다.

유령회사를 만드는 방식도 동원됐다. 한 유명 성형외과 의사는 자신이 일하는 병원과 같은 건물에 유령회사를 만들어 환자들로부터 번 매출액은 분산시켰다. 버는 돈이 생기면 체납처분을 받게 될까봐 이 같은 방식을 동원한 것이다. 국세청은 가족 명의의 고가 주택에 살거나 가족들이 과소비하는 체납자, 거액의 재산을 상속·증여받은 뒤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체납자 등을 중점 조사 대상이 되는 호화 고액 체납자로 선정하고 있다.

세파라치엔 최대 20억 포상…"체납자 끝까지 추적" 

국세청은 체납자들의 은닉 재산 추적을 위해서는 일명 '세파라치'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비밀 장소에 숨긴 재산을 제보해 세금 징수에 기여한 신고자에게는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한재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체납처분을 회피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체납자 본인뿐만 아니라 도와준 사람까지 형사고발 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잠복과 미행 등 추적조사 역량도 집중해 끝까지 체납자를 추적해 세금을 징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