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책 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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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사람들은 말하곤 했다. “읽지도 않는 책을 왜 그리 많이 사고 또 사느냐?” 대답은 늘 같았다. “책 맛은 꼭 읽어야만 맛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제목만 읽어도 책 절반은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책을 사는 순간, 책을 보는 순간, 반은 읽고, 아니 맛보고 들어가는 셈이다.” (…)  책 좋아하여 잔뜩 쌓아놓기는 해도 좀처럼 읽지는 않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조롱받아야 할까? 아니다. 그런 사람도 책 표지만은 읽지 않겠는가. 표지에 실린 제목과 저자, 출판사 정보만 접하더라도, 표지 디자인과 장정을 감상만 하더라도 그 사람은 충분히 독서인이다. 독서 가운데 뜻밖에 보람과 유익이 큰 독서는 바로 ‘표지 독서’다. - 표정훈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중에서

양이 쌓여야 질적 변환이 이루어지듯이 책읽기도 마찬가지다. 다독이 탐서의 출발이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의 책 『혼자 남은 밤』은 ‘그림 속 책’에 대한 이야기다. 가령 책을 그림에 자주 등장시켰던 고흐는 유명한 독서가였다. 그가 남긴 편지에서 언급한 작가가 150여명, 문학 관련 언급이 800건, 거론한 책이 300권이 넘는다. 이런 말도 남겼다. “우리는 읽을 줄 알잖아. 그러니 읽어야지.”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