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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닌텐도 선물하세요" 224명 속인 온라인 사기범

중앙일보

입력

닌텐도 스위치. [중앙포토]

닌텐도 스위치. [중앙포토]

중고물품 판매 사이트에서 허위 판매 글을 올려 200명이 넘는 피해자에게 모두 1억1000만원을 갈취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8일 강남 유흥주점서 검거된 30대 남성 #중고 사이트서 224명에 1억원 넘게 갈취해 #방학·어린이날 등 노려 싼 가격에 물품 내놔 #실제 돈 받을 땐 주점 주인 등 타인 계좌 사용

구미 경찰서는 지난 20일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서 대규모 사기 행각을 벌인 A씨(33)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8일 경찰에 검거되기 직전까지 224명을 대상으로 “닌텐도스위치·카메라·청소기 등 고가의 물품을 싸게 판매한다”고 속이고 돈을 갈취했다.

특히 최근 범행 대상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저렴한 가격에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이었다. 어린이날인 5일 전후에 A씨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닌텐도 스위치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8일 어버이날 전후로는 청소기·카메라 등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방학 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이폰을 싸게 판다”고 속이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A씨는 글을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을 때 다른 사람의 계좌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10개월간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주로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고 카운터에서 계산하면서 주인에게 “술값을 줄 테니 잠시 계좌를 빌려달라”고 한 뒤 피해자들에게 “돈을 입금하라”고 연락했다. 계좌에 돈이 입금되면 주인에게 다시 “계좌에서 술값을 뺀 금액을 나에게 달라”는 방식으로 나머지 돈을 챙겼다.

구미 경찰은 구미 지역에서 2건의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하던 중 A씨가 서울 강남구 지역의 유흥업소에서 주로 계좌를 빌린다는 점에 착안해 잠복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전에 A씨가 계좌를 이용했던 유흥업소 점주의 증언과 인근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A씨의 인상착의를 파악한 후 강남구 인근의 A씨가 이용하지 않았던 유흥주점에서 대기하다 A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검거 당시 A씨는 휴대 전화를 10개 넘게 가지고 있었다.

이상권 구미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은 “범인은 휴대 전화를 여러 개 소지해 글을 게시하고 계좌에 돈이 입금되면 다시 대포폰을 구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모텔·고시원 등을 전전하면서 은신처와 휴대전화를 수시로 바꿨지만, 강남구 인근에서 주로 활동해 잠복 수사 끝에 범인을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구미경찰서 청사. [연합뉴스]

구미경찰서 청사. [연합뉴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전에도 인터넷 물품거래 사기 혐의로 20여 차례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피해자가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224명 이상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도 전국에서 관련 피해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다.

구미 경찰서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물품 구매 시 시중가보다 현저히 저렴할 땐 주의가 필요하다”다 “돈을 줄 때는 공신력이 있는 안전결제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사기 피해 예방 사이트를 통해 판매자의 판매 이력·계좌번호·연락처 등을 확인하고 건네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미=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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