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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실업자 신분 변경에···실업률 외환위기 이후 최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동작구 노량진 '윌비스 신광은 경찰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서울 동작구 노량진 '윌비스 신광은 경찰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실업률과 실업자 수가 2000년 4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취업준비자'로 분류됐던 공시생들이 대거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면서 실업자가 대거 늘어난 탓이다. 2월과 3월 연속 20만명을 넘겼던 취업자 수 증가 폭도 다시 1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인구증감을 고려한 고용률(취업자/15세 이상 인구)도 줄었다.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실업자도 124만명…2000년 4월 이후 최대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실업률은 4.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4월 기준으로 2000년 4월(4.5%)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다. 실업자 수도 124만5000명으로 8만4000명 증가했다. 이는 1999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4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실업률과 실업자 수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15~29세 청년층 실업이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청년 실업자는 4만6000명 늘었고 이들의 실업률은 0.8%포인트 증가한 11.5%를 기록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청년 실업률 상승은 지방직 공무원 원서접수가 4월에 있었던 탓에 응시자들이 '취업준비생'에서 '실업자'로 잡힌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지만, 시험에 응시하게 되면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로 재분류된다. 실업자는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가 아닌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총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채용문이 넓어지면서 청년 실업자로 나타난 공시생들도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인구 고려한 고용률도 하락…취업자 수 10만명대로 주저앉아 

고용률도 0.1%포인트 하락한 66.5%를 기록했다. 취업자 수 역시 17만1000명 늘어 25만명이 증가한 지난달에 비해 증가 폭이 둔화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부문 취업자는 5만2000명 감소했다. 감소 폭은 줄었지만, 1년 1개월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주력 산업에서의 취업자 감소는 경제의 '허리'인 30~40대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30대 고용률은 75.8%로 0.2%포인트, 40대 고용률은 78.2%로 0.8%포인트 하락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도 여전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밀집한 도·소매업과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및임대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가 각각 7만6000명, 5만3000명씩 줄었다. 임시직과 일용근로자도 각각 4만5000명, 2만1000명 감소했다. 자영업자 가운데에선 최저임금 지급 부담이 있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7만명 줄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영세 자영업자로 볼 수 있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만8000명 늘었다.

취업자가 늘어난 부문은 정부의 공공 단기 일자리 사업 영향이 있었던 보건업및사회복지서비스업(12만7000명)과 교육서비스업(5만5000명), 전문·과학및기술서비스업(4만9000명) 등이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활동 없이 '쉬었다' 20대 이상 전 연령층서 증가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도 48만7000명으로 2만9000명이 증가했다. 육아·가사, 취업 준비 등의 활동 없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인구는 20대 이상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긍정적인 모습은 청년층 고용률이 42.9%로 0.9%포인트 올랐다는 점이다. 또 임금근로자 중 근속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근로자가 32만4000명 늘었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청년 고용률, 상용 근로자가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 개선 추세가 지속됐다"며 "다만 30~40대 취업자가 줄고 고용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민간 일자리 중심의 경제 활력 제고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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