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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캡틴’ 이인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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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승현 기자 중앙일보 사회 디렉터
김승현 정치팀 차장

김승현 정치팀 차장

영웅들이 모여도 리더는 있다. 13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수많은 주인공 중 ‘캡틴 아메리카’(이하 캡틴)가 그런 인물이다. 2008년 영화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11년간 구축된 ‘마블의 세계관’(MCU·Marvel Cinematic Universe)에서 그는 히어로를 이끄는 히어로였다. 고전적 리더십의 캡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괴짜 천재이자 재벌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이어 분)와 함께 어벤져스의 투톱이었다.

캡틴의 리더십은 미국에선 훨씬 유구하다. 성조기를 형상화한 복장과 방패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때(1941년)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회사가 과학의 힘으로 강력한 애국심을 가진 초인을 만들어 낸 게 효시다. ‘국뽕’ 캐릭터였던 셈이다. 70년 넘는 세월 동안 캡틴은 냉동됐다가 풀리고, 죽었다가 부활했다. MCU 체제에서는 어벤져스의 멤버로 외계인과 싸웠다. 아이언맨과 의견 충돌로 아군끼리 전쟁(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2016년)을 치르기도 했다. 히틀러가 우주 최강의 악당 타노스로, 애국심이 인류애·정의·사랑으로 대체되는 긴 세월 속에서 그의 투지는 꺾인 적이 없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인영 의원의 평판은 여러 면에서 캡틴과 유사하다. 민주 항쟁의 해인 1987년 직선제 개헌에 앞장섰다가 구속됐고, ‘운동권의 상징’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을 지낸 그다. 2003년 ‘박종철인권상’ 1회 수상자다. 86그룹의 신념을 고지식하게 짊어졌던 그가 ‘변화와 통합’을 외치며 여당 야전사령관으로 나섰다. 선민의식과 아집의 한계를 넘어서는 리더십을 보이느냐 하는 시험대다. 부디 냉동인간 소리 듣지 않고 아이언맨과 부딪혀도 싸우지 않는 ‘캡틴’이 되길 기원한다.

김승현 정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