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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닫았던 ‘궁중족발’ 공유주방서 재기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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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5년 전부터 ‘뜨는 동네’가 된 서울 종로구 서촌. 지난해 6월 이곳에서 발생한 ‘궁중족발 사건’은 세간에 충격을 줬다. 궁중족발 주인 부부는 2016년부터 가게를 비워달라는 건물주와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김우식 사장이 건물주 이 모씨에게 망치를 휘두르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김 씨는 지난 3월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작년 서촌 임대차 갈등 빚은 가게 #아들 공부 접고 엄마와 개업 준비 #월 36만원 내고 60시간 주방 사용 #새 메뉴 개발해 7월 배달전문 사업

그 ‘궁중족발’이 서울 종로구 소재 공유주방 ‘위쿡’에서 ‘딜리버리 주방(배달 주방)’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중앙일보는 11일 위쿡에서 김 씨의 부인 윤경자(50)씨와 아들 김모(24)씨를 만났다. 아들은 익명을 요청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요즘 상황은.
윤경자씨(이하 윤): “형사 재판은 모두 끝났다.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줬지만 자리 잡을 때까진 내가 보조할 생각이다.”

김모씨(이하 김): “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시다. 부모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제가 가게를 맡기로 했다.”

언제부터 공유주방에 들어왔나.
: “3월부터다. 동네 지인을 통해 1월에 위쿡 사직점이 생긴 걸 알게 됐다. 그 전까지는 ‘공유주방’이 뭔지도 몰랐다. 36만 원만 내면 월 60시간 주방 사용이 가능하다기에 신청했다. 6월 말 강남구 신사동에 오픈할 배달 전문 주방 입점을 앞두고 이곳에서 메뉴 개발 중이다. 정식 개업은 7월쯤을 예상한다.”
‘내 매장, 내 자리’를 중요시하는 영업방식서 공유주방으로 바꾼 이유는.
:“금전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보증금도 못 찾았고, 통장은 압류됐다. 긴 법정 싸움에 1억 가까이 손해를 봤다. 매장에서 홀 장사와 포장 영업만 해왔는데 요즘 대세는 1인 가구, 배달 음식이라더라. 음식 시장 판도가 변하고 있구나, 이걸 쫓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유주방의 장점은 뭔가.
:“제반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재료비만 부담하면 된다는 점이 가장 좋다. 함께 주방을 쓰는 요리 종사자 여러 명에게 맛을 객관적으로 평가받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2주 후부터는 무료로 인큐베이팅 교육을 받는다. 위생 교육, 재무 교육, 전문 셰프들과 메뉴 개발 후 품평회를 거치는 과정이다.”
단점은 없나.
“족발은 삶을 때 냄새가 심해서 빵과 샐러드 등을 만드는 다른 공유 주방 사용자들에게 미안했다. 배달 주방에서는 개별 주방에서 할 예정이라 괜찮다. 또 씻고 건지고 삶는 등 조리 과정이 많은데 공유 집기를 사용하기 위해 넓은 동선을 다니는 게 좀 불편했다.”
향후 목표는
: “좋은 기회가 주어졌으니 확실하게 재기하겠다. 학업을 잠시 접은 아들의 결정이 대견하고 고맙다. 배달이 자리 잡으면 온라인 포장제품 판매 사업으로 확장해 나가고 싶다.”

: “이미 부모님을 통해 음식 장사의 어려움을 봤다.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시작하는 만큼 어머니와 함께 궁중족발을 재건하겠다.”

공유주방은 차세대 자영업의 대안 모델로 꼽힌다. 전통적인 공간 중심 외식산업 생태계가 배달 위주의 공유경제 생태계로 옮겨가면서다. 특히 궁중족발처럼 기술은 있지만, 당장 목돈이 없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위쿡은 오는 6월 배달 주방 3곳을 비롯한 17개 매장을 새롭게 선보인다. 신사점에는 궁중족발 외에 아메리칸 차이니즈 전문점 ‘부웍(Boowok)’과 미슐랭가이드에 선정된 태국 음식점 ‘쿤쏨차이’ 등이 입점을 앞두고 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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