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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해지 MBC 아나운서 8명, 法 "당분간 근로자 신분 유지"

중앙일보

입력

부당해고 복직 소송을 제기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연합뉴스]

부당해고 복직 소송을 제기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연합뉴스]

법원이 지난해 계약이 해지된 주식회사 문화방송(MBC)의 계약직 아나운서 8명에게 "해고무효확인 사건의 판결 때까지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결정했다.

13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정운)는 결정문을 통해 "채권자(해고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해고무효확인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채무자(MBC)에 대해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밝혔다.

이선영, 김민호, 박지민 등 아나운서 8명은 MBC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보전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들은 지난 2016~2017년 MBC에 계약직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2016년 입사자의 경우 계약이 1회 갱신돼 2년 동안 일했고 2017년 입사자는 갱신 없이 1년간 근무한 후 계약이 끝났고 지난해 4~5월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에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취지를 종합해 보면 채무자의 채권자들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해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며 "채무자가 채권자들의 근로자 지위를 다투고 있는 이상 그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고 덧붙였다.

MBC 전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지난해 5월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MBC의 부당해고를 비판하며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오른쪽). [중앙포토]

MBC 전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지난해 5월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MBC의 부당해고를 비판하며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오른쪽). [중앙포토]

재판부는 ▶2016~2017년 채용 당시 공고에 '평가에 따라 계약 연장 가능' '향후 평가 등 MBC 내부 기준에 따라 고용형태 변경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던 점 ▶이들이 2016년, 2017년 사번 신입 아나운서로 불리며 업무 및 인사관리, 급여, 복리후생도 정규직 아나운서와 똑같이 적용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전과 이후에는 모두 정규직으로 아나운서를 채용했으며, 다른 공중파 방송사도 정규직으로 아나운서를 채용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MBC 측은 이들에게 특별채용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평가 5일 전에야 처음으로 일정을 안내하는 등 특별채용 절차의 개요, 일정, 기준, 합격 예상인원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채용 절차와 관련해 채권자들과 별다른 협의를 거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므로 임금 지급 신청의 피보전 권리도 소명된다"며 "채권자들의 근로기간, 과거 급여, 가족관계, 현재의 경제적 상황 등 제반 사정에 따라 임금을 보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아나운서들은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후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윈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MBC에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부당하게 해고했으니 복직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판정에 불복한 MBC는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낸 상태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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