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타 강수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불교에는 보시 (포시) 라는게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남에게 물건이나 금전을 아낌없이 주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불교 설화 가운데는 자신의 살을 구워 바라문에게 공양한 토끼 이야기나 독수리에 좇긴 비둘기를 구하기 위해 자기의 양 눈을 독수리에게 주었다는 시바왕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자기 희생의 극치다.
이번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강수연이 출연한 영화 『아제 아제 바라 아제』는 바로 불교의 자기 희생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그 때문에 영화제에 참가한 많은 서양의 평론가들은 불교의 심오한 뜻은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서양 영화에서는 도저히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름을 표현하고 있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한때는 한국 영화가 처음 참가한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타지 않을까 하고 기대도 했었다. 그러나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강수연양은 이 영화에서 시를 쓰는 고교 국어선생님을 좋아한 것이 오해를 받아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입산, 비구니가 되려는 한 청순한 처녀로 나온다. 하지만 그녀의 운명은 불가와도 인연이 멀었던지 결국 속세로 나와 불우한 남자들 틈에서 갖은 풍상을 다 겪는다. 말하자면 성과 속의 세계를 전전하는 한 가련한 여인상이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 도사린 자기 희생 (포시) 의 정신이 이 영화를 강한 감동으로 이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번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씨받이』에서도 그녀는 가난과 인고의 여성역을 맡았지만 결코 나약한 여인상은 아니었다. 전통을 거부하고 자기 몫을 찾으려는 몸부림이 엿보였다. 이것이 강수연이 표출하는 연기의 세계인지도 모른다.
강수연은 어떤 배우인가. 모두들 그녀를 가리켜 「천부의 연기자」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노력하는 배우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하는 그녀의 연기 속에는 피눈물나는 노력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녀의 영광 뒤에는 임권택 감독의 연출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채플린」이 말했듯이『영화에 있어서 연기란 의심할 나위 없이 감독이 사용하는 하나의 매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