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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키스와 3900원짜리 와인… 아이유의 낭만 돌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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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밤을 걷다'는 서순라길과 종묘광장공원이 주요 배경이다. [사진 넷플릭스]

단편 '밤을 걷다'는 서순라길과 종묘광장공원이 주요 배경이다. [사진 넷플릭스]

가수 아이유(이지은)의 영화 데뷔작으로 주목받은 옴니버스 ‘페르소나’에는 어느 호젓한 돌담길이 나온다. 네 단편 가운데 마지막인 ‘밤을 걷다’에 관한 이야기다. 이별한 연인 지은(아이유)과 K(정준원)가 여름밤 한 돌담길을 걸으며, 추억을 나누고, 입술을 맞추고, 술잔을 기울인다.

백종현의 여기 어디? '페르소나' 촬영지

 그 길이 바로 종묘를 품에 안은 돌담길 ‘순라길’이다. 이름이 고풍스러우면서도 독특하다. 조선 시대 치안을 담당했던 ‘순라군’이 야간에 종묘를 순찰하던 길이어서 순라길이다. 순라길은 종묘를 기준으로 서쪽의 서순라길(권농동~봉익동, 800m)과 동쪽의 동순라길(원남동~인의동, 600m)로 나뉜다.

 이 옛길이 요즘은 걷기 좋은 낭만 길로 통한다. ‘밤을 걷다’에 나온 서순라길은 돌담 따라 단층의 아담한 카페와 식당이 줄을 잇는다. 저녁 무렵엔 인적도 드물고,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 분위기가 덕수궁 돌담길 못지않다.

 순라길은 확실히 영화에서처럼 밤에 더 아름답다. 상가 대부분이 문을 닫은 시간, 길가엔 가로등과 몇몇 술집의 불빛만이 남는다. 그 불빛 중에 허영만의『식객』에 등장했던 23년 전통의 홍어집 ‘순라길’도 있다.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실은 순라길의 터줏대감 같은 식당이다. 푹 삭힌 홍어뿐 아니라, 낙지 볶음도 명성 높다.

'페르소나' 중 단편 '밤을 걷다'를 촬영한 서순라길 노천카페 '예카페'. [사진 넷플릭스]

'페르소나' 중 단편 '밤을 걷다'를 촬영한 서순라길 노천카페 '예카페'. [사진 넷플릭스]

 “여기 정말 좋았어. 아직도 있을까? 우리 뭐 먹었는지 기억해?” “응, 말도 안 되는 한 잔에 3900원짜리 와인 팔고 있었지.”

 영화에서 아이유와 정준원은 노천의 술집에서 와인을 기울인다. 서순라길 남단에 있는 ‘예카페’다. 종묘 연못 사진이 붙은 돌담 아래 테이블이 바로 아이유가 앉았던 자리다.

 예카페는 2015년 문을 연 아담한 커피집이다. 테이블이 10개도 채 안 될 만큼 공간은 작다. 하나 종묘 돌담을 마주 보는 소박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단골이 많은 집이다. ‘밤을 걷다’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도 그중 하나다. 요즘처럼 날이 좋은 봄에는 실내에 자리가 남아도, 길가의 간이 테이블부터 손님이 차곤 한다.

돌담에 종묘 연못 사진이 걸린 테이블이 아이유가 앉았던 자리다. 백종현 기자

돌담에 종묘 연못 사진이 걸린 테이블이 아이유가 앉았던 자리다. 백종현 기자

 예카페는 지난해 5월 가게 바로 옆에 와인과 맥주를 파는 ‘순라길 비비’를 열었다. 이곳에서 “말도 안되는 3900원짜리 와인”을 실제로 판다. 가게의 C세트가 영화 속 메뉴다. 화이트 와인 2잔에 모둠 치즈를 곁들여 1만3000원을 받는다.

“맛없던 이 와인. 하아, 정말 맛없다.”

 영화 속 아이유는 3900원짜리 와인에 퍽 인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순라길 비비’의 와인은 덕분에 인기 메뉴가 됐다. SNS 인증샷도 늘고 있다. 신성은 사장은 말한다. “‘페르소나’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요. 당연히 아이유씨가 앉았던 길가의 자리에 앉아서, 3900원짜리 와인을 시키죠.”

 영화에서 아이유와 정준원은 두 번 입술을 맞춘다. 처음은 순라길 돌담 아래서, 그다음엔 서순라길 옆 종묘광장공원에서 마지막 키스와 포옹을 나눈다.

  아이유는 서순라길에서 종묘광장공원으로 이어지는 약 1.1㎞ 길을 걸었다. 1995년 서울시와 종로구가 역사문화탐방로로 지정한 길이다. 참나무·은행나무 그늘이 드리운 평탄한 길로, 30분이면 충분하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ang.co.kr

종묘 서순라길. 분위기 좋은 카페와 술집이 돌담을 따라 이어진다. 백종현 기자

종묘 서순라길. 분위기 좋은 카페와 술집이 돌담을 따라 이어진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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