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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40년만에 자연 방사 앞둔 따오기 그동안 무슨 '비밀 훈련' 받았나

중앙일보

입력

경남 창녕군 우포 따오기복원센터 관람케이지에서 비행연습을 하고 있는 따오기. 송봉근 기자

경남 창녕군 우포 따오기복원센터 관람케이지에서 비행연습을 하고 있는 따오기. 송봉근 기자

한국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따오기를 다시 자연에서 만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지 40년만인 오는 22일 ‘우포 따오기’ 40마리가 자연으로 처음 방사되면서 이런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 경남도와 창녕군 23일 따오기 40마리 첫 자연 방사 #자연 방사 생존율 50%미만, 실제 복원 성공할 지 관심 #

환경부·문화재청·경남도·창녕군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8호인 따오기를 오는 22일 경남 창녕 우포 따오기 복원센터에서 야생으로 처음 방사한다고 8일 밝혔다.

따오기는 원래 논과 같은 습지에서 미꾸라지와 개구리 등 양서 파충류를 잡아먹으며 생활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였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그 수가 줄어들다 1979년 비무장지대(DMZ)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뒤 우리나라에선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 창녕군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 송봉근 기자

경남 창녕군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 송봉근 기자

관람케이지에서 비행 연습을 하고 있는 따오기들. 송봉근 기자

관람케이지에서 비행 연습을 하고 있는 따오기들. 송봉근 기자

이후 지난 2008년부터 경남 창녕군 유어면 우포따오기복원센터(이하 센터)가 따오기 종 복원 사업을 추진해왔다. 2008년 한중 정상회담 당시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기증한 한 쌍과 2013년 시진핑 주석이 기증한 수컷 두 마리를 가지고 인공 및 자연부화를 거쳐 현재 개체 수가 363마리로 늘어났다.

2017년까지는 인공부화로 따오기의 개체 수를 늘렸다. 따오기가 알을 낳으면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하고 2시간마다 돌려주는 부화기에서 인공 부화(28일)한 뒤 계란 노른자와 미꾸라지 등을 먹여 키웠다. 인공부화가 자연부화보다 생존율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첫 자연 방사를 앞두고 실제 자연에서 생활할 때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자연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7마리가 자연부화로 태어났고, 올해 5마리가 자연부화 중이다. 자연부화는 따오기 한 쌍이 번갈아가며 알을 품어 새끼가 태어나는 방식으로 인공부화보다는 생존율이 낮다. 번식 경험이 없는 따오기가 부화 시기보다 빨리 알을 깨버리는 등 실수가 잦아서다.

이렇게 번식된 따오기 중 40마리가 오는 23일 자연으로 처음 방사되는 것이다. 40마리는 멸종 40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암수 비율은 1 대 3, 어미와 새끼의 비율은 2대 1이다.

방사될 따오기들은 지난 3개월 동안 각종 적응 훈련을 받았다. 오전 6시와 오후 5시에는 둥지와 먹이터를 오가는 비행훈련을, 오전 9시 전후에는 습지에서 미꾸라지·지렁이 같은 먹이를 잡아먹는 훈련을 했다. 또 심한 사람·차 소리 등에 놀라지 않게 하는 대인·대물 적응 훈련도 했다. 2014년부터 자연 방사에 성공한 중국 등을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 것이다.

우포 따오기복원센터 방사장. 송봉근 기자

우포 따오기복원센터 방사장. 송봉근 기자

 방사장 앞에 설치한 서석지와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무논. 송봉근 기자

방사장 앞에 설치한 서석지와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무논. 송봉근 기자

센터는 크게 따오기들이 번식하고 생활하는 일반케이지(45~52㎡)와 자연 방사를 앞두고 기초 훈련을 받는 관람 케이지(900㎡), 자연 방사 3개월 전부터 비행훈련 등 실제 적응훈련을 하는 방사장(높이 20m, 3070㎡) 등으로 나뉜다.

방사를 앞둔 40마리의 따오기들은 지난 2월부터 방사장에서 실제 적응 훈련을 했다. 방사장은 우포늪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다. 따오기들이 앞으로 자기들이 생활할 우포늪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적응 훈련을 받은 셈이다. 또 방사장과 우포늪 사이에는 무논(먹이터·16ha), 우포늪에는 둥지 터(숲·23㏊)도 조성돼 있어 야생 방사 시 한동안 먹이활동과 서식지 등으로 쓰인다.

기존 방사장은 일종의 대피소 개념으로 활용한다. 우포늪에 적응하지 못한 따오기가 있으면 이곳에 돌아와 쉴 수 있게 하고 먹이도 시간마다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먹이를 줄 때 녹음한 따오기 울음소리를 함께 틀어주는 반복훈련도 병행해 자연에 나간 따오기가 먹이가 부족할 때 이곳으로 와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도와줄 계획이다.

자연 방사된 따오기의 등에는 태양광 충전 기능이 있는 위치추적기(가로 63㎜ 세로 35㎜ 높이 14㎜)를 달아 2시간마다 2년간 위치를 파악한다. 또 우포늪에 수시로 촬영 가능한 드론을 띄워 관찰할 계획이다. 이동 경로와 생활상을 추적해 따오기가 완전한 야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연 방사 따오기 생존율을 50% 미만으로 본다. 일본의 경우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따오기 254마리를 방사했으나 절반인 129마리만 생존해서다. 센터는 이번에 방사하는 따오기의 생존율을 30% 전후로 예상한다. 그만큼 종 복원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17년 인공 부화한 따오기 모습. [중앙 포토]

2017년 인공 부화한 따오기 모습. [중앙 포토]

센터 김성진(생물학) 박사는 “자연 방사는 케이지에 갇혀 있던 따오기가 적자생존이라는 자연 생태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의미가 있다”며 “자연 방사가 성공해야 진정한 의미의 복원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녕=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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