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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내친 김에 싹 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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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겼다'. 이탈리아 골키퍼 부폰이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그로소의 결승골이 터지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부폰은 월드컵 최장시간 무실점 기록(518분)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도르트문트 로이터=연합뉴스]

'수비의 팀' 이탈리아가 두 가지 기록에 도전한다. 역대 월드컵 최소 실점 우승과 골키퍼 최장 시간 무실점 기록이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 6경기에서 11득점에 1실점을 기록했다. 유일한 실점은 자책골이었다. 지난달 18일(한국시간)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수비수 크리스티안 차카르도가 걷어낸다는 것이 빗맞아 이탈리아 골대로 빨려들어갔다.

만약 이탈리아가 10일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결승전에서 실점하지 않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최소 실점 우승이라는 새 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현재 최소 실점 우승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의 2실점(15득점)이다.

독일과의 준결승이 연장전까지 치러진 것은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28)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연장 30분의 시간은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대선배 월터 쳉가가 기록한 월드컵 최장 시간 무실점 기록(518분)을 경신할 기회가 된 것이다. 부폰은 이날 120분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미국전 차카르도의 자책골 이후 4경기 453분 동안 골을 먹지 않았다. 쳉가의 기록까지는 이제 65분이 남았다. 만약 준결승이 90분 경기로 끝났다면 부폰이 결승전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낸다고 해도 5분 차이로 기록 경신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누구도 반기지 않은 연장 승부였지만 그에게는 훌륭한 선물이 됐다.

결승전에서 대기록을 세우겠다는 그의 다짐은 남다르다. 쳉가는 90년 아르헨티나와의 준결승전 후반 21분 카니자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기록을 마감했다. 이탈리아는 승부차기에서 져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부폰이 결승에서 무실점 신기록을 세운다는 것은 이탈리아의 월드컵 우승을 의미한다. 또 있다. 야신상(최고의 골키퍼에게 주는 상) 수상이다. 무실점 신기록에 팀 우승이라면 야신상은 당연히 그의 몫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한국의 설기현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연장 후반 안정환에게 헤딩 골든골을 허용한 뒤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던 부폰이었다. 이번 대회 호주와의 16강전을 마친 후 "2002년 한국전이 떠올랐다"던 그는 한층 성숙한 기량으로 이탈리아의 자랑인 빗장수비의 마지막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도르트문트=최원창 JES 기자,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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