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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사는 곳 먹는 것 다 달라도 우리가 뭉치는 덴 문제없죠

중앙일보

입력

프렌즈: 둥지탈출

감독 크리스티안 하스, 안드레아 블록 등급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88분 개봉 5월 1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오래된 철학적 물음이죠. 이와 비슷한 화두를 던진 갈매기, 아니 칼새가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마누는 “모든 삶은 알에서 시작돼. 아니, 새낀가”라며 자신의 존재에서부터 애니메이션의 시작을 알리죠.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을 잃고 버려진 칼새 마누의 이야기, ‘프렌즈: 둥지탈출’입니다.
갈매기들의 보금자리 근처까지 흘러간 마누는 다행히도 갈매기 무리의 대장 칼리프 부부의 아이로 자랍니다. 말하자면 ‘미운 아기 오리’가 아닌 미운 아기 갈매기가 된 거죠. 갈매기 가족의 둥지에서 자란 칼새의 새끼 마누는 생김새부터 식성까지 너무나도 다릅니다. 갈매기들은 해산물을 먹지만 칼새는 벌레를 먹거든요. 처음엔 엄마·아빠가 잡아온 물고기·게·새우 등을 잘 먹지 못하던 마누는 벌레를 더 잘 먹지만 조금씩 적응하려고 노력합니다. 동생 루크가 알에서 깨어난 후엔 형 노릇을 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죠. 어엿한 갈매기가 되도록 지켜보는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고요.

프렌즈: 둥지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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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는 루크와 함께 비행연습을 하다 다른 또래 갈매기들과 함께 제대로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칼리프가 가르치는 갈매기 비행학교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마누는 여기서도 갈매기식 비행법에 잘 적응하지 못해요. 바람을 타고 날아보라는 설명을 듣고 하나둘씩 비행에 성공하지만 마누는 조금 날다 물웅덩이로 떨어져버리고, 헤엄치는 시간에도 갈매기와 달리 물갈퀴가 없는 발로는 아무리 휘저어도 가라앉고 말죠.
따로 나는 연습을 하지만 계속 물에 빠지기만 하던 마누는 어느 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납니다. “네가 왜 갈매기 비행학교에 다니냐”고 물은 그들은 칼새였죠. 날렵한 몸으로 그냥 날개를 퍼덕이며 따라오라는 칼새 친구들의 가르침에 마누는 드디어 제대로 날게 됩니다. 개똥벌레보다 맛있는 거 먹자며 항구 마을로 내려간 새 친구들과 함께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사냥하던 중에 매력적인 칼새 안나도 만납니다.

프렌즈: 둥지탈출

프렌즈: 둥지탈출

하지만 갈매기 무리에서 마누는 여전히 열등생이죠. 계속 따돌림 아닌 따돌림을 받는 마누를 위해 루크는 비행대회에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어린 갈매기들 중에서 최고의 비행사를 가리는 대회로 겨울에 남쪽으로 떠날 준비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자리기도 하죠. 절벽에서 폭포를 따라 내려갔다 나무 사이를, 건물 사이를 마음껏 누비며 속도 경쟁을 하는 이들의 현란한 비행은 특수효과 전문 기업 룩스 필름(LUXX FILM)이 그려냅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등의 기발한 상상력과 영상미를 담당했던 회사로 ‘프렌즈: 둥지탈출’은 처음 제작한 애니메이션이에요.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새들의 비행을 보다 보면 나도 날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죠.

프렌즈: 둥지탈출

프렌즈: 둥지탈출

비행대회는 무사히 끝나지만, 마누의 시련은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갈매기와 칼새 사이 자기 정체성 고민이라든지, 알을 노리는 쥐들과의 싸움이라든지 사건은 계속 이어지죠. 어쩌면 사춘기를 맞이한 소중 친구들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뭘 잘하는지 고민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고뇌에 빠진 마누를 도우려는 건 안나를 비롯한 칼새 친구들과 갈매기 동생 루크, 칠면조 친구 퍼시 등이에요. 다들 종도 다르고, 심지어 퍼시는 날지도 못하지만 그 마음만은 같죠. 이들과 함께 마누는 다시 한번 날아오릅니다. 폭풍에 휩쓸린 갈매기 가족을 위해서, 또 자신이 갈 길을 찾아서요.
같은 점에 끌리지만, 다른 점이 있어 더 즐거운 관계. 바로 친구죠. 사는 곳도 먹는 것도 전반적인 문화도 전부 다른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듯 말이에요. 혹은 칼새 마누와 갈매기 루크처럼 가족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우린 다 같은 새, 아니 사람이니까요.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소중 영화 평가단 후기

또 보고 싶어요  
영화 속에서 칼새와 갈매기는 서로 오해하고 있었어요. 갈매기는 칼새가 벌레나 잡아먹는 냄새나는 새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칼새는 갈매기를 똥만 뿌지직 싸는 더러운 새라고 인식했죠. 하지만 여러 사건을 거치며 서로에 대한 좋은 점을 찾아내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나중엔 마누와 친구들의 활약을 통해 다들 같이 사는 게 보기 좋았습니다.
-김단우(경기도 광명북초 3)

감동이에요
칼새지만 갈매기 가족과 함께 사는 마누와 칼새 무리에서 친구가 된 안나, 갈매기 루크 등 다른 새들끼리 힘을 합쳐 나가는 게 재미있었어요. 특히 쥐들이 훔쳐간 알을 되찾아오는 부분이 흥미로웠죠. 술에 알이 빠진 줄 알았는데 동동 뜬 게 웃겼어요. 친구랑 크게 웃으면서 봤죠.

-신지환(서울 염동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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