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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서 100여년전 발견한 희귀꽃 만리화…청송서 모습 드러내

중앙일보

입력

만리화. [사진 국립수목원]

만리화. [사진 국립수목원]

1916년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된 희귀 꽃 만리화가 최근 경북 청송군에서 꽃을 피웠다.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된 만리화 #개나리와 꽃 모양·색깔 등 비슷 #지난 18일 경북 청송군에서 발견 #"청송, 만리화 최남단 서식지 돼"

계명대 생명과학과 김종원 교수팀은 지난 18일 청송군 파천면의 한 야산에서 노란색의 만리화를 발견했다. 서식지는 100㎡ 면적에 개체 수는 10여 개 정도로 적었다. 만리화는 화산암의 일종인 유문암 지대의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었다. 경사도 가파른 곳이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8월 이곳에서 식생을 연구하던 중 개나리와 유사한 식물을 발견했다. 김윤하 박사는 "지형이 독특한 곳에 색다른 식생이 있을 것이라 보고 연구 중이었는데 잎과 열매를 보고 만리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만리화 자체가 워낙 희귀하기에 최종 확인차 올봄 꽃을 피울 때까지 모니터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계명대 생명과학과 연구팀이 경북 청송군 만리화 자생지를 발견했다. 사진은 개나리꽃이 핀 길가와 만리화를 찾기 위해 가파른 지형으로 올라간 연구팀. [사진 청송군]

지난 18일 계명대 생명과학과 연구팀이 경북 청송군 만리화 자생지를 발견했다. 사진은 개나리꽃이 핀 길가와 만리화를 찾기 위해 가파른 지형으로 올라간 연구팀. [사진 청송군]

만리화는 개나리와 같은 물푸레나무과 식물이다. 만리화와 개나리 모두 3~4월에 꽃이 피는 데다 꽃 모양과 색이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 쉽게 구분하려면 잎과 꽃받침을 봐야 한다. 계명대 연구팀에 따르면 만리화는 개나리보다 잎이 둥근 달걀모양으로 넓고, 꽃받침의 크기는 작다.

또 개나리는 가지와 잎이 만나는 부분인 잎겨드랑이에 꽃이 1~3개씩 달리지만, 만리화는 잎겨드랑이에 꽃이 1개씩만 달리는 차이도 있다. 김 박사는 "꽃은 생육상태에 따라 절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긴 어렵기에 꽃받침의 크기로 구분하는 게 쉽다"고 덧붙였다.

생물학계에서는 이번 발견이 청송이 만리화의 최남단 서식지로 확인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만리화는 한반도에서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로 그동안 북한이 주 자생지로 알려져 왔다.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만리화는 금강산 등지에서 처음 발견됐다. 또 강원도 삼척, 인제 등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어, 강원도가 최남단 서식지로 알려져 왔다. 특산식물은 특정 지역의 특정 환경에서만 자라는 식물을 말한다. 산림청에서 지정한 한반도 특산 식물은 360종 정도다.

만리화 [청송군]

만리화 [청송군]

김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청송 만리화는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 서식한 덕에 교잡 등을 피하고 순종으로 보존될 수 있었다"며 "강원도보다 더 따뜻하고 건조한 경북의 기후에서 적응한 유전자를 가진 만리화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계명대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통해 만리화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우선 만리화가 자생하는 땅의 특성을 연구하는 중이다. 또 만리화 DNA 분석 등 유전학적 연구도 추진할 생각이다.

청송군에서는 순종 만리화의 보존·관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청송군 관계자는 "만리화와 교잡을 막기 위해 주변 개나리를 걷어냈다"며 "순종 만리화 연구를 위해 군에서도 서식지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송=백경서 기자 baek.k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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