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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T의 생존술 "태클·반칙 불사 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상대방 선수를 괴롭혀라. 필요하면 들키지 않게 반칙도 하라. 상대방이 신경질을 내면 오히려 좋다."

요즘 LG텔레콤의 '영업작전'은 한편의 축구를 보는 듯 하다. 막강 전력의 SK텔레콤, KT, KTF등과 겨뤄야 하니 보다 정교하면서도 터프한 작전이 필수다. 그 작전을 짜는 감독이 바로 남용 사장이고, 그 작전의 요체는 소란을 일으키는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이다. 시끄럽게 소동을 일으켜 이슈를 만들면서 실익을 챙기는 전법이다.

남용 사장이 4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창사 10주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도 남 사장의 작전은 전개됐다. 그것은 반칙 같으면서도 심판이 휘슬을 불기 애매한 아슬아슬한 줄타기식 게릴라 전이다. 전면전을 피하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 드는 기습전이기도 하다.

이날 남 사장은 두가지를 강조했다. 한가지는 택시에서 보는 무전기같은 다자간 통화(PTT: Push To Talk)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역무침해 논란이 일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SK텔레콤에 대한 통신망 임대 요구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직접 대응하자니 ‘노이즈 마케팅’에 말리는 것이라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당하자니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다. LG텔레콤이 언제 어떤 일을 벌일지 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 '나 잡아봐라‘식 전략...업계선 '미운 털'

LG텔레콤의 ‘노이즈 마케팅’은 경쟁사가 쉽게 따라하기 힘든 아이템을 대상으로 한다.

PTT는 주파수에 여유가 없는 SK텔레콤이 이미 검토 후 상품화를 포기했고, KTF는 계열사인 KT파워텔과의 관계 때문에 불가능하다.

남 사장은 4일 PTT서비스를 3분기 중에 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PTT 사업을 하고 있는 TRS(주파수공용통신) 업체들의 공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KT파워텔은 “LG텔레콤의 역무침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힌 상태다. KT파워텔이 정식 대응을 하게 되면 LG텔레콤은 다시한번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를 보는 셈. LG텔레콤 내부에서는 '기분존'에 이어 연타석 홈런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KT와 논란을 벌인 ‘기분존’은 각종 언론보도와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관심으로 서비스 출시 2개월여만에 9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SK텔레콤이 쓰고 있는 800MHz 주파수에 대한 로밍 요구는 남이 투자해 놓은 통신망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LG텔레콤은 ‘주파수 독점’문제를 이슈화하며 마치 빚 받으러 온 사람 같은 모습이다. 업체간 협의가 안되면 정부에 건의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이에 대해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LG텔레콤이 자신의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은채 경쟁업체의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는 남의 투자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이라며 로밍 요청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장기전에도 통할까

'노이즈 마케팅' 작전의 감독은 남용 사장이다. 남 사장은 지난 98년 이후 8년째 LG텔레콤을 이끄는 통신업계 최장수 CEO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룹의 적극적인 투자지원을 기대할 수 없고 가입자 기반도 약한 ‘약자’가 강자들과의 게임에서 어떤 전술을 써야 하는지 감각적으로 느끼고 있다. 노련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남 사장의 전술은 LG텔레콤 뿐 아니라 데이콤, 파워콤을 포함해 ‘LG그룹 3 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결국 정공법이 아닌 편법으로 승부를 보려는 속셈일 뿐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런 작전이 단기전은 몰라도 장기전에는 먹히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투자와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개발이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유행성 서비스 상품과 요금등 단기 전술로는 평생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은 90분이면 끝나는 축구경기가 아니라는 것.

최근들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LG텔레콤 남사장의 전술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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