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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마약 청정국'…단속 두 달하니 마약사범 1746명 잡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변종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연합뉴스]

변종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연합뉴스]

강원 춘천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은 이달 초 경기도 고양시 외곽에 자리한 한 2층짜리 조립식 창고 건물 등을 급습했다. ‘대마 공장’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뒤다. 160여㎡(50평) 규모의 창고 안에는 수상한 텐트 6동이 설치돼 있었다. 텐트 문을 들추니 대마가 성인 허리 높이 이상으로 자란 채였다. 대마 공장답게 묘목부터 배양, 건조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특수 조명시설은 물론 대마 특유의 향이 건물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탄소필터로 된 환풍시설까지 설치해놨다.

경찰은 급습 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37) 등 일당 3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대마를 재배한 뒤 검색이 쉽지 않은 다크넷 사이트를 통해 8000만원 상당의 대마를 판매한 혐의다. A씨 등 2명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마약 판매사이트의 회원수는 5000여명에 이른다. 경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이 마약 판매업자에게 압수한 주사기와 현금. [사진 경찰청]

경찰이 마약 판매업자에게 압수한 주사기와 현금. [사진 경찰청]

2015년 마약청정국 지위 잃어…검거 70.9%↑ 

마약 청정국의 빛이 바랬다. 마약은 일상을 파고들었다. 마약 청정국은 유엔 범죄마약국 기준을 따른다.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이 20명을 넘지 않아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지난 2015년부터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경찰은 마약범죄를 뿌리 뽑으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합동으로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은 25일 지난 2개월간의 중간성과를 발표했는데 무려 1746명의 마약사범이 붙잡혔다. 구속자만 585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검거인원은 70.9%, 구속인원은 84.4% 증가한 수치다.

'버닝썬' 이문호 대표 등 구속되기도 

이 과정에서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의 이문호 대표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버닝썬과 아레나 등 강남 클럽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이뤄졌다. 이후 경찰은 마약류 관련 수사대상자 120명 중 104명을 검거, 16명을 구속했다. 마약류 유통ㆍ투약사범 등이다.

경찰은 성범죄 마약으로 불리는 일명 물뽕(GHB) 등을 유통한 일당도 검거했다. 이들은 공급책-배송책-총책으로 나눠 지난해 8월부터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3억원 상당의 마약류와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혐의다. 일당 중에는 과거 연예인 매니저 일을 하던 피의자도 있었다. 이와 함께 마약류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범죄사범, 몰카촬영사범 등도 모두 69명(19명 구속)을 붙잡았다.

그룹 JYJ 멤버 박유천씨(오른쪽)는 10일 경찰로부터 황하나씨가 지목한 A씨라는 연락을 받고 기자회견을 이날 열었다. [연합뉴스]

그룹 JYJ 멤버 박유천씨(오른쪽)는 10일 경찰로부터 황하나씨가 지목한 A씨라는 연락을 받고 기자회견을 이날 열었다. [연합뉴스]

연예인, 재벌가 3세들 마약 손대 

일부 연예인과 재벌가(家) 3세의 민낯도 드러났다. 인터넷(SNS)을 통해 필로폰을 산 뒤 투약한 귀화 방송인 하일(60·미국명 로버트 할리)씨, 눈물의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마약류 양성 감정결과를 받은 연예인 박유천(33)씨다. 변종마약으로 일컫는 액상대마 흡연 등의 혐의를 받는 현대가 3세 정모(29·구속)씨 외 SK가 3세 최모(31·구속)씨도 마약에 손댄 혐의를 받고 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31·구속)씨 역시 마약 투약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경찰의 이번 단속에서 향정신성의약품사범이 83.2%(1395명)로 가장 많았다. 마약이 일상에 파고들었다는 의미다. 대마사범은 14.8%(248명), 마약사범 2%(34명) 순이었다. 검거 유형별로는 투약ㆍ소지 등이 75.8%(1271명)로 최대였다. 판매책 22.8%(383명), 밀수책 1.4%(23명)이었다. 이 밖에 전체마약류사범 중 인터넷 사범은 29.2%로 전년 3~4월(28.2%)과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의료용 마약류 사범은 5.7%(96명), 클럽 등 유흥업소 주변 마약류 사범은 2.9%(49명)를 차지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히 단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박진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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