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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북한대사관 침입한 한국인 처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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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성탁 런던특파원

김성탁 런던특파원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반북단체 ‘자유조선’의 회원 크리스토퍼 안(한국계 미국인)이 미국에서 체포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 연방 요원들이 북한대사관 침입을 주도한 에이드리언 홍 창의 아파트도 급습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스페인 당국이 확인한 가담자이며, 국제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자유조선이 연방수사국(FBI)에 넘긴 자료도 돌려줬는데, 이런 조치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의도만 따져볼 때가 아니다. 미국이 체포에 나선 이들은 미 국적자이거나 영주권자다. 스페인 법원은 이들 외에 샘 류가 한국계 미국 국적자라고 밝혔다. 세 명 외에 스페인 당국이 신원을 확인한 나머지 가담자는 모두 한국 국적자다.

글로벌 아이 4/23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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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맡은 스페인 법원은 지난달 수사 내용 공개를 결정했다. 스페인 사법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스페인어로 된 15장 분량의 문서(사진)를 입수했다. 이 문서에는 습격에 참여한 한국 국적자 5명의 신원이 나와 있다. 현지 언론이 이미 소개한 남성 이우란(문서 일부에는 ‘이우람’으로 표기)을 비롯해 림(LIM)○○, 이(LEE)○○, 박(PARK)○○, 변(BYON)○○ 등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 생년월일까지 적시했고, 여권번호만 개인 정보라며 밝히지 않았다.

수사 한 달여 만에 스페인 당국은 이들의 행적을 손금보듯 파악했다. 어디에 묵었으며, 돈은 어떤 신분증을 가진 누가 냈는지까지 알고 있었다. 유럽연합(EU)을 들고 날 때 이들이 사용한 여권 정보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법원이 홍 창과 샘 류에 대해 국제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는데, 크리스토퍼 안도 체포된 것을 보면 나머지 인원도 쫓기는 신세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대사관 습격 후 이들은 모두 미국으로 간 것으로 전해졌지만 한국 국적자들은 체류 기간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들이 입국하면 한국 정부도 체포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언론에도 문서를 공개하는 스페인 당국이 한국 정부에 정보를 주지 않았을 리 없다. 이름과 생년월일까지 담겼으니 정보당국은 이미 이들의 신원을 파악했을 것이다.

이들에 대한 신병 처리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민감한 문제다. 스페인으로서는 자국 내 해외 공관을 침입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을 수 없고, 한국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유조선의 습격을 영웅시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불필요한 찬반 갈등을 줄이려면 정부가 해당 사건의 성격을 서둘러 정리할 필요가 있다.

김성탁 런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