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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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이 또 다시 지진의 공포에 휘말려들고 있다.
지난달 3O일부터 동경 서남쪽 이즈 (이두) 반도 부근 해저에서 연 8일째 1만3천9백95건의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데 이어 일요일인 9일 오전에는 동경을 비롯한 일본 중부 지역에서 리히터 지진계로 5·5도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신간선인 7분간 운행이 중단되었고 일반 국철은 1시간 반 동안 운행을 못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은 53년이래 최대의 군발성 지진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인의 지진에 대한 공포는 우리의 상상을 절할 만큼 대단하다. 또 그만큼 대응력도 강하다.
지난 85년 동경 일대에서 진도6·2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의 일이다. 동경∼아타미간의 신간선이 이번처럼 운행을 중단했고 주요 고속도로의 차량들도 운행을 멈췄다. 그뿐 아니라 나리타 공항도 활주로를 점검하기 위해 여객기의 이착륙을 2O분간 중단시켰다.
이 모든 상황은 지진이 발생한지 불과 수분 후에 자동적으로 취해진 일들이다.
당시 동경일대의 지진은 고층 건물의 샹들리에가 흔들리고 식탁의 술병들이 크게 요동할 정도였지만 부상자는 17명에 불과했다.
진도가 그때보다 다소 약한 이번 지진에는 21명의 부상자를 냈다. 그러나 집안에서 가구가 떨어져 다치거나 끓는 기름이 튀어나와 화상을 입은 정도라고 하니 큰 피해는 아닌 것 같다.
일본은 1923년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던 9월1일을 「방재의 날」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매년 이날이 되면 지진 다발 지역인 수도권과 동해지방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지진 대피 훈련을 실시하는데 1천5백만명 이상의 인원이 여기에 참여한다.
그런데 그 지진 대피 훈련이 흥미롭다. 진도 7·8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를 가상한 이 훈련은 기동이 불편한 병원 환자와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대피가 최우선이다. 그 다음 백화점·지하철·야구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의 대피 방법, 민간 기업·은행과 국철· 사철의 주요 역, 고속 도로에서의 대피 방법은 물론 각 가정과 학교에서의 대피 방법을 일사불란하게 실시한다.
우리도 진도 5까지 기록한 지진이 발생한 지역이다. 일본의 지진이 결코 물 건너 남의 일만은 아님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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