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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연등이 종로를 물들인다

중앙일보

입력

석가모니 붓다의 마지막 유언은 이랬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내 안의 등불을 밝히고, 또한 붓다 가르침의 등불을 밝히라는 뜻이다. 부처님오신날마다 열리는 연등회의 본질적 의미도 그렇다. 연등회는 등불 축제이며, 등에 불을 밝히는 일이다. 다시 말해 무명(無明)을 깨치고 잠자고 있는 우리 안의 불성에 불을 켜는 일이다.

부처님오신날(5월12일)을 맞아 대한불교 조계종이 5월3일부터 5일까지 연등회를 개최한다. 이달 17일 광화문광장에 미륵사지 탑등을 설치한 뒤 점등식을 갖고, 본격적인 봉축 행사에 돌입한다.

연등회 행사의 백미인 회향 한마당에서 종이 꽃비가 내리고 있다. [사진 조계종]

연등회 행사의 백미인 회향 한마당에서 종이 꽃비가 내리고 있다. [사진 조계종]

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선나 스님은 17일 간담회를 갖고 “작년에는 연등회 기간에 갑작스레 비가 와 걱정이 많았지만, 원활하게 잘 진행됐다”고 운을 뗀 뒤 “국가무형문화제 제122호인 연등회는 이제 우리 고유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이 기간에 맞춰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의 장이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등행렬에는 10만 개가 넘는 등불이 등장한다. 손에 들고 움직이는 행렬등도 있지만, 다채로운 캐릭터를 활용한 장엄등도 상당수다. 4일 연등행렬은 동국대 운동장에서 출발한다. 이후 흥인지문과 종로를 거쳐서 조계사로 이어진다. 오후 7시부터 9시30분까지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다.

연등행렬에서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장엄등이 행진하고 있다. 한지 특유의 색감이 빛과 잘 어울린다.[사진 조계종]

연등행렬에서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장엄등이 행진하고 있다. 한지 특유의 색감이 빛과 잘 어울린다.[사진 조계종]

연등회보존위원회 강문정 팀장은 “5월5일이 어린이날이라 올해 연등회 문화마당에는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많이 준비했다”며 “연등회는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에 이미 있었다. 이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 우리의 전통문화로 자리잡았다. 지금은 전통문화일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됐다. 특히 연등회 행사의 피날레인 회향 한마당에서 하늘을 덮으며 내리는 꽃비는 장관이다”고 말했다.

연등행렬에 참가한 사람들이 종로 일대에서 행진하고 있다. 올해는 버스전용차로용 설치물을 치웠다가 행사가 끝난 뒤 복원할 예정이다. [사진 조계종]

연등행렬에 참가한 사람들이 종로 일대에서 행진하고 있다. 올해는 버스전용차로용 설치물을 치웠다가 행사가 끝난 뒤 복원할 예정이다. [사진 조계종]

이외에도 서울 조계사와 봉은사, 청계천에서 전통등 전시회도 열린다. 한지 고유의 은은한 멋이 빛과 어우러져 향연을 펼친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표어는 ‘마음愛 자비를! 세상愛 평화를!’이다. 붓다의 자비 정신으로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세상과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연등회가 열린다.

어둠이 내리자 연등행렬의 불빛이 더 돋보인다. 올해 행렬은 흥인지문에서 종로로 이어진다. [사진 조계종]

어둠이 내리자 연등행렬의 불빛이 더 돋보인다. 올해 행렬은 흥인지문에서 종로로 이어진다. [사진 조계종]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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