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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낙동강변 살인사건…“경찰은 고문, 검찰은 부실수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 과거사위는 17일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과 관련해 당시 경찰이 용의자 2명에게 고문해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등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뉴스1]

검찰 과거사위는 17일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과 관련해 당시 경찰이 용의자 2명에게 고문해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등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뉴스1]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위원회는 17일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과 관련해 당시 경찰의 고문으로 인한 허위자백이 있었고, 검찰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이날 오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보고받은 낙동강변 살인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은 지난 1990년 부산 사상구 엄궁동 소재 낙동강변에서 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초동수사를 맡은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남겨뒀다가 이듬해 11월 최인철‧장동익씨 두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자백을 받아낸 뒤 검찰에 송치했고, 이들은 기소돼 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두 사람은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21년 이상 복역한 뒤 출소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고문을 받았다”는 이들의 주장이 매우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객관적이라며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이 이들의 얼굴에 수건을 덮고 코에 물을 붓는 이른바 ‘물고문’을 했다는 정황이 다른 수감자의 목격 진술과 유사 사례 존재 등으로 확인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두 사람의 특수강도 범행의 근거가 된 A씨의 또 다른 피해 사실 진술도 허위라고 지적했다.

A씨는 당시 현직 경찰관이었고 두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모순됐다는 취지다.

과거사위는 A씨 진술이 당시 경찰에 의해 만들어진 가공의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강력범죄 전과가 없던 두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기 위해 없는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뜻이다.

과거사위는 또 초동수사 기록이 상당 부분 누락돼 있음에도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과오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었음에도 당시 검찰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과거사위는 당시 경찰이 이들의 알리바이를 뒷받침할 참고인들의 진술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조작·은폐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향후 피해자가 자백을 번복할 경우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중요 증거물의 공소시효 만료 전 보전 방안과 장애인 등 법률적 조력이 필요한 피조사자의 실질적 조서 열람권 보장 방안 마련도 권고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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