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현지 시간) 7박 8일간의 중앙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국인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시가바트에 도착했다. 한국 대통령으로선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5년만의 국빈방문이다.
공항에 내린 문 대통령 부부에게 투르크멘의 화동들은 이곳의 전통 빵을 건넸다. 문 대통령 부부는 전통 방식대로 빵을 두번 떼어 먹은 뒤 “반갑다. 고맙다”고 인사했다.
공항 밖에는 현지 경호 요원이 문 대통령이 탈 차량을 호위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량의 색깔이 흰색이었다. 통상적으로 검은색 의전차량을 제공했던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이유는 투르크멘에 검은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전 대통령(1992~2006년)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집권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멘 대통령(2007년~)은 흰색이 행운의 색이라는 이유로 검은색 차량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본인의 공식행사에서도 흰색 차량을 이용한다고 한다.
실제로 공항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을 포함해 도심 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거의 흰색이었다. 문 대통령에게 제공된 의전차량도 마찬가지였다.
차량뿐 아니라 도심의 대부분의 건물도 흰색이다. 대부분 대리석 등 고급 자재로 지었다. 이러한 변화는 2014년 무렵부터 본격화됐다고 한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2007년 89.2%의 득표로 당선된 뒤 2017년 97.7%의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2016년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고 대통령 나이제한(70세)을 폐지해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투르크멘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것은 담배다.
구강내과 의사 출신인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2011년에는 담배세를 높이고 2013년 공공장소 흡연 및 담배 광고를 금지시켰다. 2016년 1월부터는 아예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이를 어기면 한국돈으로 200만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투르크멘의 거리에서는 흡연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에 유학한 적이 있다는 투르크멘 현지 인사는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할 경우 벌금 정도가 아니라 경찰이 즉시 체포할 정도로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다”며 “흡연을 할 수 있는 곳은 자신의 집뿐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한국과 투르크멘은 1992년 외교관계를 수립했지만 2006년까지는 협력 수준이 미미했다. 그러나 2007년 베르디무메도프 대통령 취임 이후 주투르크멘 한국 대사관을 개설하고, 2013년 주한 투르크멘 대사관을 개설하는 등 관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2008년 11월과 2015년 4월 국빈 방한하기도 했다. 투르크멘은 1992년 북한과도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투르크멘을 방문했다.
아시가바트(투르크메니스탄)=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