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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릴 뻔한 노트르담 구해낸 위고 “이곳은 성역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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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 100년간 여러 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사진 각 영화사]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 100년간 여러 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사진 각 영화사]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 구도심 시테섬 동쪽에 위치한 성당으로 매년 13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파리의 대표적인 건축물답게 세계적인 문학 거장들에게도 영감을 줬다.

문학·영화 등 예술적 상상력 원천 #프로이트 “이토록 엄숙한 곳 없다”

16일 미국 매체 쿼츠는 “노트르담 성당은 빅토르 위고, 마르셀 프루스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같은 문학 거장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였다”고 전했다.

위고는 1831년에 쓴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를 이 사랑하는 건축물에 바쳤다. 후에 이 소설은 영어 제목 『노트르담의 꼽추』로 더 유명해졌지만, 본래 제목은 아예 성당 이름을 쓴 것이다.

위고는 이 성당의 이름을 제목에 붙였을 뿐만 아니라 성당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본문에 담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당시 헐릴 위기에 처한 노트르담을 구하겠다는 뜻을 품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에선 혁명을 지나며 성당이 훼손되자 노트르담을 헐자는 여론이 한때 힘을 받았는데, 위고는 고딕 건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 실제로 이 작품은 성당 복원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전해진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 100년간 여러 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사진 각 영화사]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 100년간 여러 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사진 각 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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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는 소설에서 노트르담 성당을 ‘피난처’(a place of refuge)로 그렸다. 노트르담 성당의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는 성당 앞 광장에서 집시 소녀 에스메랄다가 마녀로 몰려 사형의 위기에 처했을 때, 그녀를 성당 안으로 피신시킨다. 그리고 천둥 같은 목소리로 세상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 “성역이다! 성역이다! 성역이다!” 그곳은 사형집행인들도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는 얘기였다.

노트르담 성당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도 사로잡았다. 2014년에 출간된 책 『프루스트와 사진』(메리 버그만 지음)에는 “프루스트는 노트르담 성당에 홀려 있었다(…) 그는 외투를 잠옷 위에 걸치고 성당 앞에 2시간 동안 그 앞에 서 있었다”고 쓰여 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 [사진 각 영화사]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 [사진 각 영화사]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도 노트르담 성당에 경외감을 느꼈다. 1885년 이 성당을 처음 보았을 때 “이전엔 한 번도 느껴보지 않았던 전율을 느꼈다”고 말한 그는 “이렇게 엄숙하고 어두운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트르담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뮤지컬에서도 사랑받았다. 1911년 프랑스 무성영화 ‘노트르담 드 파리’를 시작으로 알려진 것만 8편의 영화·만화영화가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대배우 앤서니 퀸이 열연한 ‘노트르담의 꼽추’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도 있다. 1998년 초연 이후 프랑스 대표 뮤지컬로 자리 잡은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2005년 초연돼 최단 기간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1951년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파리의 미국인’, 로맨스 영화의 대명사 ‘비포 선셋’, 우디 앨런의 2011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노트르담 성당이 등장한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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