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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바람타고 100㎞ 간다...플라스틱 안전지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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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심해 등 주요 수질오염원으로 꼽힌 플라스틱이 대기 중에서도 약 100km나 이동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케냐 나이로비의 한 쓰레기 장에서 플라스틱을 나르고 있는 남성의 모습. [AP=연합뉴스]

하천, 심해 등 주요 수질오염원으로 꼽힌 플라스틱이 대기 중에서도 약 100km나 이동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케냐 나이로비의 한 쓰레기 장에서 플라스틱을 나르고 있는 남성의 모습. [AP=연합뉴스]

그간 하천·바다를 주로 오염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던 미세플라스틱이 공기를 통해서도 약 100㎞나 이동한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은 물론 전 세계 어디에도 ‘미세플라스틱 안전지대’라고 자신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어진 것이다.

영국·프랑스 공동연구진, 도심 100㎞ 외곽서 연구 #대기 1㎡ 당 미세플라스틱 365개, 매일 축적·낙하 #청정지역 피레네 산맥 오염, 파리·중국 둥관 수준 #호흡 통해 인체에 침투, 일부 동물은 생식 장애도

스티브 앨런 프랑스 툴루즈 국립고등농업대 에코랩 연구원을 비롯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에 발표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피레네 산맥 해발고도 1400m 이상에서 대기중 미세플라스틱 수치를 측정해 얻은 것이다.

 피레네 산맥은 인구 약 160만명인 바르셀로나와 인구 약 44만명인 툴루즈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청정지대다. 사진은 피레네 산맥에 둘러싸인 안도라의 산간마을 오디노. [중앙포토]

피레네 산맥은 인구 약 160만명인 바르셀로나와 인구 약 44만명인 툴루즈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청정지대다. 사진은 피레네 산맥에 둘러싸인 안도라의 산간마을 오디노. [중앙포토]

연구가 진행된 피레네 산맥은 프랑스 ‘제4의 도시’로 불리는 툴루즈에서 약 100㎞나 떨어진 청정지역이다. 연구진은 2017년 해발 1425m에 위치한 베르나두즈 기상관측소 인근에 두 대의 관측장비를 설치했다. 이후 약 5개월여에 걸쳐 공기 중에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많이 축적, 지상으로 낙하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1㎡ 의 대기 중에 총 365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존재하며, 매일 이 같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눈·비에 섞여 지상으로 떨어지거나 바람에 실려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 데오니 알렌 에코랩 연구원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는 파리나 중국 둥관(東莞)과 같은 대도시 중심부와 비슷한 대기 오염수준”이라며 “측정지가 오염원에서 멀리 떨어진 산 정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세플라스틱은 이제 거의 모든 곳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을 크기 3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플라스틱으로 정의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는 작지만 화학적으로 분해가 잘 되지 않으며, 호흡이나 음식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을 크기 3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플라스틱으로 정의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는 작지만 화학적으로 분해가 잘 되지 않으며, 호흡이나 음식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연구진이 대상으로 한 미세 플라스틱은 약 300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극히 미세한 플라스틱이다. 1μm는 1m의 100만분의 1로, 머리카락 한 올의 두께가 약 70μm다. 그러나 수집된 미세플라스틱 조각 중 절대다수는 이보다 훨씬 크기가 작았다. 50% 이상이 머리카락 두께의 절반도 안 되는 25μm 이하였으며, 25~50μm 크기인 것도 30%를 넘었다.

피레네 산맥에서 수집된 크기 3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플라스틱 중 약 80% 이상이 머리카락 두께(70 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5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제공=네이처 지오사이언스]

피레네 산맥에서 수집된 크기 3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플라스틱 중 약 80% 이상이 머리카락 두께(70 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5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제공=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연구를 진행한 스티브 앨런 연구원은 “지구 상에 미세플라스틱에 면역력을 가진 생물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간 미세플라스틱은 호흡이나 음식물 섭취를 통해 인체에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연구됐으며, 일부 해양 연체동물에는 생식기능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구진은 기존 연구결과를 인용해 “400μm 이하의 미세 입자가 약 3500㎞를 날아 대양을 건넌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며 이보다 더 작은 미세먼지의 경우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것도 암시했다. 이를 통해 매년 프랑스 전역에 떨어지는 미세플라스틱 양은 약 2000t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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