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나라다운 나라'의 헌법재판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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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호 면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특급 투자 정보인데,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이런 ‘악마의 속삭임’을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증권ㆍ부동산 등 투자와 관련해 은밀히 정보를 주겠다는 말에 현혹되지 않을 사람 있을까요.

자식들 커가죠, 아파트 한 칸 마련하거나 넓히고 싶죠, 노후 대책도 세워야죠. 고민이 쌓여 있는 데 한몫 잡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면 설령 그게 헛소문일 거라고 의심이 가도 마음이 당기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국회 법사위 소속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과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11일 국회에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물 관계도를 들고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사위 소속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과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11일 국회에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물 관계도를 들고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인간의 본성은 공익적이고 공공의 복리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이해 충돌의 문제는 불거집니다. 그가 하는 일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그의 지위가 어디쯤 있는지에 따라 행동의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법으로 그런 제한을 두지 않더라도 이 사회에는 윤리의 테두리에서 양심을 지키라는 규범은 살아 있습니다.

헌법 111조는 헌법재판소의 관장 사항을 규정합니다. ‘1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2 탄핵의 심판, 3 정당의 해산 심판, 4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5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

헌법재판관은 개별 법률이 위헌인지, 대통령ㆍ국무총리ㆍ국무위원 및 행정 각부의 장 등을 탄핵할지, 정당을 해산할지 등을 심판하는 권한을 갖습니다. 국가 운영의 주요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관이 이해충돌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다른 사람(남편도 남입니다)이 했다고 핑계를 댄다면 그의 심판 결정이 존중받을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정의의 파수꾼.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곳.’ 이런 가치를 지키려면 재판관의 윤리나 양심 수준도 필부(匹夫)의 그것보다는 우위에 있어야 합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전 재산 42억여원 중 83%가 주식인 게 문제는 아닙니다. 이 후보자 부부가 그동안 5000여 차례 주식거래를 했다는 것도 위법이거나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부 정보를 활용한 주식 투자’라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의 인신공격’이라고 주장하려면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았다거나, 자신은 관여하지 않고 배우자가 도맡아 투자했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하는 건 납득할만한 해명이 아닙니다.

이 후보자는 12일 자신 명의의 6억7000만원 주식 전부를 팔았다고 밝혔습니다. 법관 윤리강령 6조는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초래하거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을 때 경제적 거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후보자가 뒤늦게 주식을 팔았다고 윤리강령에 부끄럽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는 ‘정의의 기반 위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윤리의식과 상식 수준을 넘어 약삭빠르게 행동한 사람이 중요한 직을 차지한다면 이게 정의이고 나라다운 나라인지 묻게 될 것입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청년 인구는 1500만 명으로 인구의 36%를 차지하는데 청년 국회의원은 3명뿐인 현실을 조명했습니다. 정치에도 청년의 활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청년은  돈ㆍ조직ㆍ기득권ㆍ편견이라는‘넘사벽’에 갇혀 정치의 광장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정치도 노ㆍ장ㆍ청의 조화를 통해 혁신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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