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1시간41분 지연 신고?… “근로자 추락, 동료들 늦게 발견”

중앙일보

입력

전북 군산시 소룡동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전경. [뉴스1]

전북 군산시 소룡동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전경. [뉴스1]

전북 군산의 한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작업 중 추락해 숨졌다. 회사에서 밝힌 사망 시각과 소방 당국에 신고가 들어온 시각이 1시간 40여 분 차이가 난다. “회사 측이 일부러 신고를 지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경찰 조사 결과 동료 직원들이 공장 안을 살피다가 해당 근로자가 지하에 떨어진 것을 뒤늦게 발견해 신고가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50대 직원 사망 #동료들, 교대 앞두고 없자 찾아 다녀 #경찰 “CCTV에 혼자 추락 장면 담겨” #“그때서야 119·112 신고해 시간 차”

11일 군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9시 12분쯤 군산시 소룡동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대형압연팀의 정규직 직원 황모(59)씨가 제품검사대에서 검수 작업을 하던 중 6~8m 아래 지하로 추락해 숨졌다. 세아베스틸 측도 사고 이튿날(10일) “(근로자 추락) 사고 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군산지청장으로부터 전면작업중지명령서를 접수해 군산공장의 전 공정 작업을 중지했다”고 공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최초 119 신고 시각은 회사가 발표한 사망 시각보다 1시간 41분 늦은 9일 오후 10시 53분으로 확인됐다. 신고 내용은 “(근로자 1명이) 계단과 계단으로 연결된 작업장 지하 2층 바닥에 쓰러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군산소방서에서 출동한 구급차 1대와 펌프차 1대는 오후 10시 58분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은 11시쯤 현장에 쓰러져 있던 황씨를 발견 후 심폐소생술을 했다. 하지만 도착 당시 황씨의 호흡과 맥박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9구급대는 황씨를 태우고 오후 11시 12분쯤 현장을 떠나 11시 25분에 군산의료원에 도착했다.

경찰에 따르면 회사가 공개한 황씨의 사망 시각은 경찰이 공장 내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해 파악한 황씨의 추락 시각이다. CCTV에는 황씨가 떨어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동료 직원들은 황씨가 쓰러진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119와 112에 잇따라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10시가 근무 교대 시간인데도 황씨가 안 보이자 동료들은 계속 공장 안을 돌아다녔다. 황씨는 작업장에서 혼자 일했다. 구간마다 직원 1명씩 배치됐지만, 직원 간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주간 근무조인 황씨는 오전 9시부터 일하다 봉변을 당했다. 둥그렇고 길쭉한 특수강을 토막 내고 남은 자투리를 모아 지하로 보내는 작업이다. 이 회사는 자동차와 산업기계 소재로 쓰이는 특수강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황씨는 특수강 자투리를 보내는 지하 바닥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타인에 의한 사망은 아니다”고 결론 냈다. 지병이나 본인 부주의에 의한 실족사로 추정하고 있다. 군산경찰서 관계자는 “회사 측이 안전 지침을 제대로 지켰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세아그룹은 “인명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통감하고 있으며, 고인 및 유가족분들께 진심을 담아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과 신속한 수습을 위해 조사 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안전사고 재발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