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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렬이냐 최용덕이냐, 느닷없는 공군 ‘창군 영웅’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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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렬(左), 최용덕(右)

김정렬(左), 최용덕(右)

공군에서 때아닌 ‘창군 영웅’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공군이 올해 70주년 창군을 기념하면서 공군의 1대 참모총장이 아닌 2대 참모총장을 전면에 내세우려 하자 일부 공군 예비역 장성들이 반발하면서다.

공군 창군 70주년 맞아 기념사업 #일본군 경력 김정렬 빼놓고 #광복군 출신 최용덕만 추진 #예비역 “정부 기조 의식했나” 반발

공군은 오는 10월 1일 창군 7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2대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고 최용덕 장군을 ‘창군의 아버지’로 기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최용덕 장군의 동상 건립과 영상물 제작 등 관련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최용덕 장군의 동상을 공군사관학교와 교육사령부에 각각 세우기로 했다”며 “장병들에게 공군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두 곳을 건립 장소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지상파 방송사와 함께 최용덕 장군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도 추진하고 있다. 공군은 내부적으론 최용덕 장군의 광복군 활동 경력에도 의의를 두고 있다. 최용덕 장군은 중국군 항공부대 장교를 거쳐 광복군 참모처장을 지낸 뒤 임시정부 국무위원회에서는 공군 창설을 건의했다.

그러나 공군은 나머지 창군 영웅에 대해선 별다른 기념사업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원래 공군은 최용덕 장군 외에 육군 항공대에서 공군 출발의 발판을 마련한 장덕창, 이영무, 박범집, 김정렬, 이근석, 김영환 등을 창군 7인으로 기려왔다.

공군이 창군 70주년을 맞아 기념 이미지를 입힌 블랙이글스 T-50B 항공기가 주기장에 정렬해 임무를 준비하고 있다. 공군은 6·25전쟁 한 해 전인 1949년에 창군했다. [연합뉴스]

공군이 창군 70주년을 맞아 기념 이미지를 입힌 블랙이글스 T-50B 항공기가 주기장에 정렬해 임무를 준비하고 있다. 공군은 6·25전쟁 한 해 전인 1949년에 창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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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대 참모총장인 고 김정렬 장군을 건너뛰고 2대 참모총장을 부각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예비역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공군이 김정렬 장군의 일본군 전력을 의식해서 건너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김정렬 장군은 일제 강점기 일본육군사관학교와 아키노(明野) 비행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군의 비행중대장과 비행전대장을 지냈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육군 항공사관학교 초대 교장으로 취임해 공군 창설의 기초를 쌓았고, 6·25 전쟁에선 공군으로선 유일하게 태극무공훈장을 2개 받았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김정렬 장군의 일본군 전력은 비행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길이 척박했던 당시 시대상을 감안해야 한다”며 “역사적 공과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공군의 전통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창군 7인 중 중국군에서 활동한 최용덕 장군과 고 이영무 대령을 제외한 나머지 5인은 일본군 경력이 있다. 북한 인민군에서 공군의 아버지로 여기는 이활도 일본군 출신이다.

예비역들이 술렁거리자 공군 참모총장 출신의 한 예비역 장성이 최근 공군 수뇌부를 만나 창군 영웅들을 모두 포용하는 공군의 전통을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같은 지적 이후 공군은 최용덕 장군의 동상만 아니라 흉상까지 세우려던 계획을 축소해 흉상 설립은 취소했다. 단 공군은 한정된 예산 등이 흉상 취소의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선 공군이 최용덕 장군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게 항일과 임시정부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를 의식한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5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해군은 일본군 출신이 아닌, 온전히 우리 힘으로 3군 중 최초로 창군했다”고 치하한 바 있다. 공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용덕 장군은 김정렬 장군보다 19세 연상으로 활동 시기가 다른 만큼 누가 더 훌륭한지를 평가하려는 게 아니다”며 “다양한 의사 수렴을 바탕으로 창군 70주년의 의미와 상징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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