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기후변화 해결 못하면 세기말 인천은 물에 잠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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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적응주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적응주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8일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천은 이번 세기말에 물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적응 주간’ 기조연설에서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보면 지구가 두 개인 것처럼 안일하게 행동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지구는 하나밖에 없고 다른 곳에서 살 수 없다”며 각국에 기후변화 적응대책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10년간 유엔에 몸담은 동안 가장 소중한 기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지속 가능 목표 그리고 파리 협정이라고 얘기할 것”이라면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3년 동안 오히려 증가했는데, 파리협정을 체결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특별보고서를 “전 세계에 던져진 경고장”이라고 소개했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 재앙을 피하려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1.5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해수면 상승을 방치하면 인천도 이번 세기말에는 물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해결 범국가 기구 위원장으로 내정된 것과 관련해 “미세먼지 대응이야말로 기후변화 적응 조치 중 하나”라며 “미세먼지 해결을 통해 지구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세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에 앞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도 “기후변화야말로 생물다양성을 줄이는 가장 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며 “(1.5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생물다양성 절반 정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세기말 인류가 사라진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기후변화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실이자 현상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 인류는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송도에서 시작된 ‘UNFCCC 적응주간’ 행사는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손잡고 한국에서 첫 번째 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마련됐다.

이 행사는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높이고, 전 세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 해결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12일까지 진행되는 행사에는 103개국의 기후변화 담당 공무원, 전문가, 시민사회·산업계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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