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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팀생 팀사 한솥밥 … 글로벌 회사지만 끈끈함은 토종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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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GSK는 국내에 뿌리를 내린 기업으로 꼽힌다. 일부 생산품은 국내 제약사와 판권을 공유하고 있다. 또 연구개발 임상시험을 국내에 유치해 국내 임상 노하우 축적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김 사장은 "기업은 발 딛고 있는 사회와 업계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GSK는 내부 직원 간 팀워크를 강조한다. 당뇨병치료제 '아반디아' 마케팅 담당 윤철환(34)씨는 "외국인 회사라서 개인주의에 대한 환상을 갖고 들어오면 곤란하다"고 충고했다. 팀장 승진을 앞둔 7~8년차 사원들은 '예비 팀장 리더십 교육(Play-Manager Leadership Course)'을 이수해야 한다. 각기 다른 부서에서 모인 50여 명의 차세대 리더들은 2년간 뭉쳐 서너 차례 합숙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또 모든 사원이 2~3년 단위로 여러 부서에서 일한다. 팀워크와 개인 역량 향상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조치다.

양윤희 홍보담당 이사는 "여러 업무를 하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자리에서 받는 동기와 자극은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2000년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김준일(33)씨는 1년 후 신제품 개발과 시장조사 분야를 거쳐 영업 효율화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때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4개월 동안 중국 GSK에 파견돼 일했다. 김씨는 "GSK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 법인 간 협력체제가 잘 갖춰져 해외에서 근무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또 GSK는 체계적 교육을 통해 직원의 능력을 끌어올린다. 모든 사원은 연초에 사내 교육 수강신청을 해 연간 64시간까지 교육받을 수 있다. 회사가 다루는 의약품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판매기술, 협상 기법, 프레젠테이션 요령 등을 가르친다. 전문의를 비롯한 분야별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며 교육받는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쳐준다. 1년에 다섯 차례(분기+연말) 영업부서의 실적을 평가해 목표 판매량 이상을 달성하는 팀에는 인센티브를 준다. 우수사원은 별도로 표창한다. 약대를 졸업한 한수정씨는 "초임은 약국에 취업하는 관리약사보다 적은 편이지만, 3~4년만 지나면 비슷한 소득을 올릴 수 있고 넉넉한 휴가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사원들의 소속감을 높이는 촉매제다. 이 회사는 매년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씨와 함께 '간염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 콘서트'를 연다. 이 콘서트를 통해 B형 간염환자와 그 가족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도 한다. 올해 인센티브를 받은 만성 B형간염 치료제 영업팀은 인센티브의 8%를 갹출해 간 이식 수술 지원기금으로 내놓았다. 이 팀 소속인 김보경씨는 "건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박정선씨는 "전문의약품의 광고가 제한돼 있어 주변 사람들이 회사를 잘 몰라주는 것이 아쉽지만 '좋은 회사'면 그만이다"라며 웃었다.

글=임장혁 기자 <jhim@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GSK Q&A

Q:지방 근무도 합니까.

A:공장이 경기도 안산에 있어 생산직은 지방 근무가 없다. 영업직은 대전.대구.마산.부산.전주.광주 등 6개 도시의 영업사무소에서 일할 수 있다. 해당 지역 출신자를 우대하고 연고가 없는 사람에겐 전세 자금을 지원한다.

Q:영어 실력을 많이 따지나요.

A:영어로 된 문서를 접할 기회가 많아 영어를 잘하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다. 토익점수가 750점 이상이면 면접에서도 영어로 질문하지 않는다.

Q:약사 자격증이 있으면 유리합니까.

A:임상연구 지원 분야에는 약사만 지원할 수 있다. 영업직은 약대를 졸업했다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하지 않는다. 영업에 필요한 지식은 사내 교육프로그램에서 잘 배울 수 있다.

Q:경력사원을 많이 뽑나요.

A:매년 경력과 신입을 포함해 50명 정도를 채용한다. 경력과 신입 채용의 비중은 3 대2 정도다. 중소 제약사에서 이직하더라도 경력은 100% 인정된다. 현장 판매직은 신입사원만 뽑는다.

Q:여성 사원도 많이 뽑나요.

A:1999년만 해도 거의 전무했던 여성 영업사원들의 숫자가 최근 늘고 있다. 능력 있는 젊은 여성이 많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고객의 섬세한 요구를 파악하는 능력은 여성이 남성보다 낫다고 회사는 평가하고 있다.

■ 신입사원

뼈있는 질문에 당돌한 대답

면접 때 좋은 인상줬나봐요

GSK의 항암제 '조프란'을 판매하고 있는 박정선(29.사진)씨는 늦깎이 신입사원이다. 대학을 두 곳 다녔다. 그러나 입사 준비는 잘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다시 숙명여대 약대를 다녀 약사 자격증을 땄다. 바로 취업할 수 있었지만 미래를 위해 자격증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유관 분야를 전공했지만 오랜 대학 생활이 업무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은 입사 후 사내교육을 통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데다 영업과 마케팅은 이론보다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작 회사 생활에 밑거름이 된 것은 과외 활동이다. 대학 때 스포츠신문 인턴 기자와 제과회사 모니터링 요원으로 뛰었고, 아카펠라 그룹의 멤버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마약과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GSK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2004년 인턴십을 통해서다. 박씨는 "GSK만의 업무 스타일과 분위기를 미리 익힌 것이 입사에 큰 도움이 됐다"며 "입사를 원하는 사람은 매년 여름방학 전에 선발하는 인턴십에 지원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서류심사와 세 차례에 걸친 면접을 통한 선발 과정은 여느 회사와 크게 다를 것은 없다.

GSK 면접의 특징은 '개성 존중'. 특히 3~4명의 임원이 지원자 한 사람을 겨냥해 묻는 2차 면접은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을 가늠하는 자리다.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상황에 부닥쳐야 하는 영업 현장에서의 경쟁력을 살핀다.

박씨는 1차 면접 프레젠테이션 때 인턴십 경험을 곁들였다가 "인턴십 경험을 입사시험 현장에서 말한 것은 정치적인 태도가 아니냐"는 뼈 있는 질문을 받았다. "자신의 유리한 점을 십분 활용하는 능력이 나쁠 것 없지 않으냐고" 맞선 그는 지금 GSK에서 일 잘하는 사원으로 꼽힌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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