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맹독성 중금속 비소…세균과 인공 점토의 합동작전으로 제거한다

중앙일보

입력

비소 제거 세균과 인공점토의 전자 현미경 사진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비소 제거 세균과 인공점토의 전자 현미경 사진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폐광산 지역이나 제련소 주변 토양, 산업폐수 등에서 높게 나타나는 비소(As).
피부암을 유발하는 맹독성 물질이지만 물리·화학적인 방법으로는 쉽게 제거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생물 균주와 인공 점토를 함께 사용할 경우 비소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 생물자원관은 미생물 균주를 이용해 독성이 강한 3가 비소(As 3+)를 5가 비소(As 5+)로 산화시키고, 5가 비소를 다시 인공 점토로 흡착해 제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3가 비소는 5가 비소보다 독성이 60배 높지만, 산성도(pH)가 중성인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전하(電荷), 즉  전기적 성질를 띠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제거하기 어렵다.

세균과 인공점토를 함께 사용해 3가 비소를 제거하는 방법 [자료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세균과 인공점토를 함께 사용해 3가 비소를 제거하는 방법 [자료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이에 낙동강생물자원관 환경미생물연구팀은 미생물을 첨가해 3가 비소(As 3+)를 5가 비소(As 5+)로 산화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미생물들은 세포 내 아비산염(3가 비소) 산화효소를 활용해 3가 비소를 5가 비소로 산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가 비소는 산소와 결합한 상태에서 음이온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때 인공점토가 음이온 상태인 5가 비소를 흡착하게 된다.
인공 점토는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2중 층상 구조를 갖고 있다.

마치 샌드위치 빵 사이에 잼이 들어가는 것처럼 마그네슘층과알루미늄층의 양이온 사이에 음이온인 5가 비소가 들어가면 붙잡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5가 비소를 흡착한 인공 점토를 걸러내면 독성이 강한 3가 비소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지난해 2월 충남 서천군 장항읍의 옛 장항제련소 인근 토양에서 3가 비소를 5가 비소로 산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미생물 6종을 선별했다.

리조비움 속(屬) 세균 균주의 경우 75ppm 농도의 비소를 3시간 이내에 99%를 제거할 정도로 산화 능력 자체는 뛰어났지만, 인공 점토와의 '궁합'이 썩 맞지 않았다.
비소를 최종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인공점토를 첨가한 경우엔 4시간 후 41.5% 감소를 나타냈다.

반면 아크로모박터 속 균주(JHR-B2)는 인공점토와 궁합이 잘 맞아 처리 후 4시간 후 88.5%를 줄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이 비소 제거 방법에 대해 특허 출원을 마쳤고,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서민환 낙동강생물자원관장은 "미생물과 인공 점토의 복합제제를 활용한 이번 연구로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오염된 환경을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