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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듯 폭행·성폭력 78분···15층 옥상은 '지옥'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을 집단폭행하다가 추락해 숨지게 한 중학생들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인천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을 집단폭행하다가 추락해 숨지게 한 중학생들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인천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또래 중학생을 무차별 폭행한 뒤 추락사하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으로 기소된 10대 청소년들의 당시 끔찍했던 범행이 공개됐다. 지난 28일 인천지법 형사15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폭력은 ‘놀이’와 같았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인천 중학생 추락 사건’의 범행이다.

법정서 공개된 인천 중학생 추락사건 실태

검찰에 따르면 A군(15) 등 가해학생 4명은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5시20분쯤 인적이 드문 인천시 연수구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으로 B군(사망당시 14세)을 불러냈다. "빌려 간 물건을 되돌려준다"며 유인했다. 이후 ‘지옥’이 시작됐다. B군이 가해학생 중 한 명의 아버지 외모에 대해 험담을 하고 다니고, 사건 당일 "너희들보다는 게임이 중요하다"며 만남을 거절했다는 게 집단 폭행의 이유였다.

폭행 이미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없습니다. [연합뉴스]

폭행 이미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없습니다. [연합뉴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든 폭행, 가혹행위 

B군이 숨지기 전까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폭행과 가혹행위가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A군 등은 “피할 때마다 10대씩 늘어난다”며 폭력을 즐긴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3개비의 담배를 한꺼번에 물리고는 눈물 또는 침을 흘리면 추가로 때리기도 했다. 가래침을 입이나 몸을 향해 뱉고, 허리띠 등을 이용해 B군의 목을 조르는 등 가혹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B군의 바지를 벗기는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폭력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묘사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폭력과 가혹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B군은 현장을 벗어나려 했지만, 그때마다 폭행이 더해졌다고 한다. 피고인 중 일부는 “밤새 때렸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이 “이렇게 맞을 바에야 죽겠다”고 말했는데도 A군 등은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78분간의 폭행·가혹행위 등을 견디다 못한 B군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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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것밖에 구형할 수 없어 안타까워"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A군 등 4명에게 장기 징역 10년∼단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를 괴롭히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었다”며 “범행 동기와 피해자가 사망한 결과 등을 고려해 소년법이 허용한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달라”고 밝혔다. 소년범이 상해치사죄로 기소되면 장기 징역 10년∼단기 징역 5년을 초과해 선고할 수 없도록 형량이 정해져 있다. 검찰로서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최고형이 이 형밖에 되지 않아 이것밖에 구형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전했다.

일부 변호인, "폭행과 극단적 선택 인과관계 없어" 

A군은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한다. 저 때문에 큰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C양(17)도 “제가 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남은 시간도 더 깊이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반면, 나머지 피고인 2명은 상해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 변호인은 “폭행이 끝난 뒤 B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며“피고인들이 B군의 사망을 예견했다고도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A군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23일 오전 10시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열린다.

인천=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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