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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호미 장인' 석노기씨, 52년만에 첫 직원 생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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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호미'를 만드는 영주대장간 석노기 대표가 가마 불에서 끄집어 낸 호미 날을 망치로 가다듬고 있다. 김윤호 기자

‘한류 호미'를 만드는 영주대장간 석노기 대표가 가마 불에서 끄집어 낸 호미 날을 망치로 가다듬고 있다. 김윤호 기자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대박'을 친 경북 영주의 호미 장인이 수십년간 바라온 후계자 양성의 첫 삽을 뜨게 됐다. 수제 호미 장인 석노기(65)씨는 28일 대장간에 처음으로 직원이 출근했다고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알렸다. 14살부터 시작된 석씨의 대장장이 인생 52년, 대장간 창업 43년 만이다.

석씨는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계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혀왔다. 지난해 경북도가 선정한 5대 장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고 지자체에서 후계자 양성에 도움을 주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더운 여름에도 쇳덩어리를 불가마에 넣었다가 빼내 수천번 두드려야 하는 대장간 일이 고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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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석씨에게 40대 직원이 생겼다. 석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힘든 직업을 안 하려 하지 않느냐. 그래서 후계자가 없는데 마침 오늘 40대인 한 분이 첫 출근을 했다. 계속 했으면 좋겠는데 모르겠다"고 말했다. 20대 나이의 젊은이들에게서도 대장간에 오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마존 대박'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해외교포라는 한 청년이 5월 중 찾겠다고 했고, 다음 달에도 경기도에서 한 청년이 대장간에 오기로 했다.

석씨는 "제가 컴퓨터를 할 줄 모른다"며 젊은 사람들이 후계자로 들어와서 기술도 전수하고 세계에 우리 호미를 더 알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석씨의 호미는 지난해 중순쯤부터 아마존에서 주문량이 늘어났다. 정원 가꾸는 법을 소개하는 유튜브에서 '영주대장간 호미'가 칭찬받기 시작하면서다. 유튜버들은 "서양에선 삽만 봤지 'ㄱ'자로 꺾어진 원예 기구는 처음", "손목에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된다" 등의 말로 석씨의 호미를 칭찬했다.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실제로 팔리고 있는 영주대장간 호미.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성능 좋은 원예 용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개 가격은 16.89달러로 우리돈 1만9000원 정도다. [사진 아마존 캡처]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실제로 팔리고 있는 영주대장간 호미.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성능 좋은 원예 용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개 가격은 16.89달러로 우리돈 1만9000원 정도다. [사진 아마존 캡처]

석씨의 호미는 지난해 아마존 원예용품 '톱10'에 '영주대장간 호미(Youngju Daejanggan ho-mi)'라는 이름으로 올라왔다. 이베이 등 다른 해외 쇼핑몰에서도 잘 팔린다. 한국에선 4000원~5000원인 호미 한 자루가 해외에선 14~20달러(약 1만 6000원~2만 5000원)에 팔린다.

석씨는 "10여년부터 호주 등 해외에 한 달에 서너 자루 호미를 보내긴 했는데, 지난해 갑자기 주문이 늘어났다. 지난해 6개월간 1000개 넘게 수출했고, 올해는 3개월간 1000개 정도를 보낸 것 같다. 최근엔 네팔 등 다른 나라에서도 구매 문의가 있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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