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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짜리 인터넷은행…한 군데 늘면 금융권 ‘메기’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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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 신청 마감 결과 세 곳이 도전장을 냈다. 키움증권·하나은행·SK텔레콤이 연합한 ‘키움뱅크’,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토스뱅크’, 아직 주주구성을 협의 중인 ‘애니밴드 스마트은행’이다. 사실상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의 2파전이다.

키움뱅크·토스뱅크 예비인가 신청 #기존 2곳 합쳐 3곳으로 늘어나도 #규제 막히면 혁신 서비스 힘들어

금융위는 심사 평가항목 중 혁신성에 가장 높은 점수(총 1000점 중 350점)를 배정했다.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로 기존 은행판을 흔드는 이른바 ‘메기 효과’를 주문한다는 의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인 물’(은행판)엔 이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라는 두 마리 ‘메기’가 투입돼 있다. 2017년 출범한 두 인터넷은행은 모바일 뱅킹 시대의 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공인인증서 없는 모바일뱅킹 서비스, 여러 개의 애플리케이션이 필요 없는 ‘원앱’ 전략은 인터넷은행이 먼저 시작했다. 대형 시중은행은 부랴부랴 뒤따라갔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인터넷은행이 없었다면 과연 기존 은행이 비대면 계좌개설이나 공인인증서 폐지 같은 변화를 스스로 시도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인터넷은행 없이) 가만히 내버려 뒀다면 기존 은행들은 손 놓고 있다가 해외업체에 시장을 빼앗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을 결합한 상품·서비스는 인터넷은행의 강점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메신저의 초대·공유 기능을 활용한 ‘모임통장’을 출시해 200만명 넘는 이용자를 모았다. 계좌 개설자가 다른 회원들을 카톡으로 초대만 하면 다 같이 계좌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상품이다. 이 통장을 이용하는 강모(35)씨는 “누가 회비를 입금했는지, 안 했는지 다 같이 바로 볼 수 있어서 회비 관리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KT의 통신데이터를 활용해 보증보험이 필요 없는 중금리 대출을 크게 늘렸다. 통신요금 납부이력, 단말기 구매정보, 해외로밍 이용 횟수 같은 정보를 고객 신용평가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신용대출에서 중금리(연 6~10%)가 차지하는 비중은 27.5%(지난해 말 기준)로 다른 은행보다 높다”며 “고금리로 내몰리던 중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규모에선 두 인터넷은행은 다른 은행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자산(은행예정)을 합쳐도 전체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9%(지난해 9월 말 기준)에 그친다.

키움뱅크 vs 토스뱅크

키움뱅크 vs 토스뱅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전통적인 예금·대출 업무가 주된 기반이어서 기존 은행과 고객층이 겹친다. 온라인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기존 은행의 기득권을 깨뜨리긴 역부족이다.

일본 세븐은행(세븐일레븐의 유통망 이용한 ATM 사업)과 영국 몬조은행(편리한 선불카드 서비스)은 수수료 같은 비이자 부문에서 90% 이상 수익을 올린다. 기존 은행이 하지 못하던 틈새시장을 뚫어 성공한 경우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비이자 수익 비중은 28%, 케이뱅크의 경우는 11%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직접적 또는 암묵적인 은행산업의 규제·장벽부터 허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선 금융 당국이 금융거래 수수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암묵적으로 규제하다 보니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기 어렵다”며 “IT기업 외에도 유통 같은 다양한 산업이 금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진입장벽도 대폭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a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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