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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채용 반도체학부 만드는 삼성, 그 뒤엔 '中의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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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2019 휴먼테크논문대상 시상식.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시상자로 나선 이 자리에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이공계 대학교수들도 함께했다. 이날 점심 도중 김 부회장은 “중국 등 경쟁국과의 초격차를 화두로 말씀드리고 있지만, 인재 저변 차원에서 보면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단 대학 내 이공계 인재가 양적 측면에서도 적고, 입사 뒤에도 실제 현장에서 쓰는 반도체 장비를 접하지 못해 재교육시켜야 하는 등의 애로 사항도 나왔다고 한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삼성전자가 4년제 학부생을 대상으로 채용을 보장하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늘리기로 한 데에는 반도체 인력 수급 문제가 그만큼 만성화했고,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삼성전자는 KAISTㆍ경북대 등 지역 거점 대학과 ‘계약학과’ 사업을 진행했지만, 주로 석·박사급 차원에서 이뤄졌다. 4년제 학부에선 삼성 재단 소속인 성균관대가 유일했다.

“인재도 교수도 중국 대비 태부족”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소속 한 임원은 “설계인력 문제는 만성화된 현상이고, 소재ㆍ공정을 전공한 교수진도 실상 많지 않다"며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반도체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3년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선 석·박사 인력이 33.8% 부족하다는 통계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 반도체 학과를 운영중인 성균관대(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경우, 현재 다수의 대학이 성대의 학과 운영 과정에 관심을 보이며 구체적인 사항을 문의하고 있다. 청와대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성대의 프로그램을 검토한 뒤, 확대 방안을 주문했다고 한다. 서울대뿐 아니라 연세대ㆍ한양대ㆍKAIST 등 주요 대학, 울산과학기술원(UNIST)ㆍ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 연구중심 대학도 산업부·교육부와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도 반도체 인력 육성에 사활…32만명 더 필요 

국내 인재를 대거 스카우트하고 있는 중국 역시 반도체 집적회로(IC) 산업 육성을 위해 전문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내 반도체 산업에는 전문 인력 32만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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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김 부회장과 점심을 같이 한 이공계 교수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다른 이공계 교수들도 국가 경쟁력을 위해 일단 반도체 인재를 질적, 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삼성-SK하이닉스-장비·소재 업체까지 인재육성 펀드도 구상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는 물론 반도체 소재ㆍ장비 업체들 다수가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 펀드를 만들어 반도체 학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파트너인 서울대 역시 “삼성전자 단일 기업보다는 여러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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