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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공개' 김다운은 되고 조두순은 안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이희진 부모 살해' 피의자 김다운의 얼굴이 공개된 가운데, 조두순을 비롯한 흉악범 신상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6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2008년 초등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하고 2020년 출소를 앞둔 조두순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당시에는 '관련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두순·강남역 살인범의 신상정보는 왜 공개되지 않았나

'이희진 씨 부모살해 사건' 피의자 김다운이 검찰에 송치하기 위해 26일 오후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희진 씨 부모살해 사건' 피의자 김다운이 검찰에 송치하기 위해 26일 오후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신상공개는 특정 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조건에 따라 ▶특정 강력범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경우 ▶알권리 또 재범방지라고 하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경우 등의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이 제도는 강호순 연쇄살인사건(2009년) 이후 2010년 4월 특강법에 '8조 2항(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으로 신설됐다. 이 교수는 "당시 강도, 살인, 연쇄살인범이 급증해 얼굴을 좀 보여주는 것이 법 정의에 맞지 않느냐는 여론 때문에 법이 2010년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2008년 일어난 조두순 사건에는 적용되지 못한 것이다. 이 교수는 "조두순 사건 같은 경우는 잔혹한 범죄지만 발생 시점이 2008년 12월이기 때문에 이 법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라며 "사실상 과거에는 공개함이 원칙이었으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침해 소지에 대해 권고가 이루어져서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때도 얼굴을 마스크로 가려줬다"고 말했다.

범죄자 신상이 공개된 최근 사례로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김성수(29)와 손님을 살해한 뒤 과천 서울대공원 근처에 유기한 변경석(34),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등이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상태가 정신질환 중증에 해당돼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신질환자인 경우에는 처벌의 대상자임과 동시에 또 치료의 대상자이기 때문에 진료기록 또는 의사의 의견에 따라 공개 여부를 정하게 된다.

같은 범죄자라도 프랑스에선 '공개' 한국은 '모자이크'

괌 경찰이 공개한 차량 아이 방치 변호사·판사 부부 [연합뉴스]

괌 경찰이 공개한 차량 아이 방치 변호사·판사 부부 [연합뉴스]

해외에서는 공적으로 발생한 범죄 사건의 경우 범죄자의 신상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교수는 각 나라 법 제도의 차이점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괌에서 한 여름에 아이들을 차에 방치했던 한국인 부부를 제시했다.

그는 "2017년 한국인 판사 부부가 미국명 괌에서 한여름에 아이들을 차에 방치해 아동학대로 크게 논란이 됐을 때도 CNN등 외국 방송에서는 부모의 얼굴을 그대로 공개했다"며 "그러나 같은 사안이 국내 방송에 보도될 때는 모자이크 처리가 됐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서래마을에서 일어난 프랑스 부부 갓난아이 살인사건 때도 프랑스에서는 얼굴이 다 공개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우리처럼 인위적으로 마스크와 모자까지 제공을 하면서 피의자의 얼굴을 가려주는 것은 상당히 특별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편적으로 인권 의식이 높은 국가에서도 이처럼 완전 공개를 일반 원칙으로 하는 이유에 대해 "공적인 범죄 사건이기에 당연히 국민들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국제기준이나 국민적 정서상으로 봐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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