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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야성 찾겠다" 강재섭 "안정 속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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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사는 휴일인 2일 전당대회장을 방불케 했다. 7.11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8명의 당대표 경선후보가 마이크를 돌려가며 릴레이 출마회견에 나섰다. 당사는 후보 지지자와 이들의 연호 소리로 북새통이었다. 후보들은 3일 MBC 토론회를 시작으로 다섯 차례의 TV 및 라디오 합동토론회와 여섯 차례의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를 열어 지지를 호소한다. 11일 전당대회에선 9100여 명의 대의원 현장투표(70%)와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30%)를 통해 표 순서에 따라 대표최고위원과 4명의 최고위원 등 지도부 5인이 선출된다.

◆ 이재오의 '야성 회복' vs 강재섭의 '공정 심판'=양강 라이벌 이재오와 강재섭은 상반된 길을 걸어왔다.

3선의 이재오 후보는 30여년간 민주화운동에 나선 재야 출신이다. 감옥에 있던 기간만 다섯 차례에 걸쳐 10년을 넘는다. 민중당 사무총장 출신으로 김영삼 정권 때인 1996년 신한국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이 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유신시절 퍼스트 레이디로 활동했을 때 그는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다. 2004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곤 "독재자의 딸이 당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은 망한다. 박근혜 의원이 대표가 되면 탈당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5선의 강재섭 후보는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검사 출신이다. 전두환 정권 때는 청와대와 안기부에서 근무했다. 역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선배이자 '6공 황태자'였던 박철언 전 의원과 함께였다. 노태우 정권 때인 1988년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에 들어온 뒤 대변인.부총재.최고위원 등 중책을 두루 거쳤다.

두 사람은 지역기반도 확연히 구별된다. 강 후보는 한나라당 지역인 TK(대구.경북)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 후보는 경북 출신이지만 수도권에서 인기가 높다.

그런 두 사람이 원내대표는 모두 박 전 대표와 함께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와 비교적 무난한 관계를 만들었다.

개혁.강성 이미지의 이 후보는 한나라당의 야성 회복과 강한 대표를 내걸었다. 우파 대연합을 건설하겠다는 얘기도 한다. 여당의 흠집 내기에 맞서 대선후보를 지켜내려면 투사형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후보의 구정치인 이미지를 겨냥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영남 대선후보와 수도권 대표'란 지역안배론도 펴고 있다.

강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한 심판자를 자임하며 안정 속의 개혁을 내세운다. '국민참여 경선관리위'를 만들어 대선후보를 공정하게 선출하겠다는 게 핵심 공약이다. 이 후보가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가깝다는 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 치열한 3위 다툼=초.재선 중심의 중도파 의원모임(미래모임)의 단일 후보로 선택된 권영세 후보가 보여줄 '바람'도 관심사다. 검사 출신의 권 후보는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지냈다. 개혁성향의 젊은 의원이 당을 변화시켜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3세대론'을 편다.

4선의원으로 원내총무와 최고위원을 지낸 이규택 후보는 경인지역 단일 후보임을 내세우고 있다. 폭넓은 인간관계와 신뢰감이 강점이라고 주장하며 대의원을 파고들고 있다.

홍일점인 전여옥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의 마음을 가장 잘 읽는 후보로 통한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최고위원 한 자리는 여성 몫으로 배정돼 있다. 전 후보 외에 다른 여성 출마자가 없어 전 후보는 이미 최고위원에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강창희 후보는 충청권 단일 후보임을, 정형근 후보는 야당다운 야당을, 이방호 후보는 보수의 가치를 지켜낼 인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최상연.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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