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을 거래로 본 트럼프, 진보적 대북관 문 대통령과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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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외교 <상> 

한·미 동맹 문제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워싱턴의 ‘한국 워처(watcher)’ 8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다수(6명)가 온도 차는 있었지만 “동맹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외교 전문가 8명의 시각 #“한·미동맹 위기 심각한 수준” 6명 #“미국 대북 군사압박 강화할 경우 #한·미 간 진짜 균열 생길 가능성” #일각 “북한 의도 먹혀들어” 주장

나머지 2명도 “나쁜 상태는 아니다”면서도 “양측의 지도자가 바뀌면 더 나아질 것”(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한·미의 정치적 양극화는 문제”(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응답자의 절반은 “미국에 (동맹 위기의) 책임이 있다”고 했고, 나머지 절반은 “한·미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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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위기 어느 정도인가=응답자의 답변을 분석하면 8명 중 25%(2명)가 ‘매우 심각’, 50%(4명)가 ‘약간 심각’, 그리고 25%(2명)가 ‘보통’이라 답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양국 정부는 (동맹이) 강력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체는 정반대”라고 진단했다.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제니 타운 38노스 편집장은 “트럼프 취임 이후 긴장관계에 있는 다른 동맹국들과 (위기의 수준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동맹을 거래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과 북한에 진보적으로 접근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접근법 모두 높은 레벨의 긴장(tension)과 마찰(friction)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마자르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도발 징후를 보일 경우)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압박이 강해질 수 있고, 이를 두고 미국과 한국 간에 지금까지의 어떤 논쟁보다 ‘진짜 균열(real fracturing)’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동맹 위기의 상징적 상황이 뭐냐’는 질문에는 거의 모든 응답자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둔비+50% 부담 발언’을 집중 거론했다.

◆주 원인은=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트럼프의 개인적 성향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이 많았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트럼프는 동맹의 전략적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타운), “비정상적인 트럼프의 성격 때문”(폴락), “더 요구하고 덜 제공하며, 동맹의 공동 가치를 ‘서비스’ 정도로 안다”(자누지) 등의 반응이었다. 실제 트럼프는 취임 후 5950번의 트위터 중 ‘동맹국(allies, ally)’이란 단어를 쓴 게 불과 11번이었다. ‘동맹(alliance)’은 한 번도 없었다.

양국의 정치 환경 변화를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도 있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서울은 북한의 약속과 보장을 믿는 경향이 있고, 워싱턴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국내 정치 또한 좌파 민족주의의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 약화가 한국과 미국의 요인뿐 아니라 북한의 ‘의도’에 의한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은 연합훈련 중단, 한국은 북한과의 포괄적 군사합의를 결정하면서 가까운 동맹 사이에는 있기 힘든 ‘일방적 액션’을 취했다”며 “많은 이가 북한의 (적화)통일 가능성을 일축하지만 정작 북한은 올 신년사에서 한반도 통일을 일곱 번이나 촉구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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