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르다. 4ㆍ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대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움직임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다. 각 당 지도부의 동선과 분위기를 놓고 ‘같은 선거를 치르는 게 맞나’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5일부터 2박 3일간 베트남을 방문한다. 국가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의 면담 등이 예정돼있다. “베트남은 남북한 모두와 수교를 맺고 있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역할을 할 수 있어 양국 간 교류 협력을 늘리자는 차원의 방문”(이해식 대변인)이라는 게 당의 공식 설명이다.
이 대표의 방문은 제2차 북ㆍ미 정상회담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애초 회담 성공 후 이를 뒷받침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회담이 실패하면서 머쓱해진 측면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경남 통영ㆍ고성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했고, 창원 성산은 지난달 18일 현장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에도 선거운동 대신 미세먼지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반면,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발이 닳도록 보궐선거 지역을 훑고 있다. 황 대표는 선거운동 시작 후 첫 주말인 23일과 24일에 경남 창원 일대를 누볐다. 성주사 등 지역 사찰과 선거 지역 내의 테니스장을 돌며 한 표를 호소했다.
앞서 서해수호의 날이던 22일에도 오전에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뒤 오후엔 다시 경남에 내려갔다. 측근인 정점식 후보가 출마한 통영ㆍ고성을 훑은 뒤, 저녁에는 창원으로 자리를 옮겨 유권자들을 만났다. 지난 20일부터 부인과 함께 아예 창원의 한 원룸으로 거처를 옮겼다.
4ㆍ3 보궐선거를 대하는 두 대표의 이해관계에서 이런 차이가 생겼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황 대표 입장에서는 취임 후 첫 선거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도 통영ㆍ고성의 정점식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 TF에서 함께 활동한 최측근이다. 여기에 고(故)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로 이른바 ‘진보의 성지’라 불리는 창원 성산에서 이길 경우 그 상징성은 크다.
반면 이 대표 입장에선 창원 성산이 애초 정의당의 지역구이고, 당 안팎에서도 “범여권의 연대를 위해 정의당에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통영ㆍ고성은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국당 계열 후보가 싹쓸이했던 약세 지역이다. 자칫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이 선거에 깊이 관여했다가 패할 경우 ‘문재인 정부 심판’이라는 과잉 해석으로 번질 우려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이번 선거의 ‘체급’을 굳이 키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