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가는 이해찬, 경남서 사는 황교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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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너무 다르다. 4ㆍ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대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움직임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다. 각 당 지도부의 동선과 분위기를 놓고 ‘같은 선거를 치르는 게 맞나’는 말도 나온다.

이해찬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1일 오전 경기도 안산스마트허브전망대에서 미세먼지 대책 현장을 방문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4ㆍ3 보궐선거 운동 첫날, 선거유세 대신 민생 현장을 찾았다. [뉴스1]

이해찬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1일 오전 경기도 안산스마트허브전망대에서 미세먼지 대책 현장을 방문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4ㆍ3 보궐선거 운동 첫날, 선거유세 대신 민생 현장을 찾았다. [뉴스1]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5일부터 2박 3일간 베트남을 방문한다. 국가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의 면담 등이 예정돼있다. “베트남은 남북한 모두와 수교를 맺고 있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역할을 할 수 있어 양국 간 교류 협력을 늘리자는 차원의 방문”(이해식 대변인)이라는 게 당의 공식 설명이다.

이 대표의 방문은 제2차 북ㆍ미 정상회담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애초 회담 성공 후 이를 뒷받침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회담이 실패하면서 머쓱해진 측면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경남 통영ㆍ고성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했고, 창원 성산은 지난달 18일 현장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에도 선거운동 대신 미세먼지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 주말인 24일 오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립테니스장을 찾아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 주말인 24일 오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립테니스장을 찾아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발이 닳도록 보궐선거 지역을 훑고 있다. 황 대표는 선거운동 시작 후 첫 주말인 23일과 24일에 경남 창원 일대를 누볐다. 성주사 등 지역 사찰과 선거 지역 내의 테니스장을 돌며 한 표를 호소했다.

앞서 서해수호의 날이던 22일에도 오전에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뒤 오후엔 다시 경남에 내려갔다. 측근인 정점식 후보가 출마한 통영ㆍ고성을 훑은 뒤, 저녁에는 창원으로 자리를 옮겨 유권자들을 만났다. 지난 20일부터 부인과 함께 아예 창원의 한 원룸으로 거처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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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3 보궐선거를 대하는 두 대표의 이해관계에서 이런 차이가 생겼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황 대표 입장에서는 취임 후 첫 선거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도 통영ㆍ고성의 정점식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 TF에서 함께 활동한 최측근이다. 여기에 고(故)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로 이른바 ‘진보의 성지’라 불리는 창원 성산에서 이길 경우 그 상징성은 크다.

반면 이 대표 입장에선 창원 성산이 애초 정의당의 지역구이고, 당 안팎에서도 “범여권의 연대를 위해 정의당에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통영ㆍ고성은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국당 계열 후보가 싹쓸이했던 약세 지역이다. 자칫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이 선거에 깊이 관여했다가 패할 경우 ‘문재인 정부 심판’이라는 과잉 해석으로 번질 우려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이번 선거의 ‘체급’을 굳이 키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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