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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성직자 부고지죄 적용 여부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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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경원 의원이 몰래 평양을 다녀온 후 이 같은 사실을 김수환 추기경과 함세웅 신부를 찾아가 털어 놓았던 것으로 밝혀져 두 성직자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해 8월 북한 방문 후 9월22일 김 추기경을 찾아가 함세웅 신부가 배석한 자리에서 밀입북 사실을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후 두 성직자가 서 의원의 범법 사실을 수사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상의 부고지 죄에 해당된다는 것.
그러나 성직자가 고해 사실을 신고하도록 기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
다만 서 의원의 고백을 고해성사로 볼 수 있느냐에는 해석상 이론의 여지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아무리 성직자라 하더라도 면책 특권은 없으며 종교적 자비 역시 예외일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실정법의 기계적인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심스런 주장을 하고있다.
한편 종교계에서는 『교회법은 국가권력까지도 배제하고 사회통념상 외교관의 면책특권과 비슷한 것으로 실정법에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사건은 실정법과 교회법이 상충되는 경우 종교 활동에 대한 국가 공권력행사의 한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여 관심거리다.
◇종교계 입장=함 신부는 서 의원이 김 추기경에게 입북 사실을 알린 것은 고해 상담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천주교회측은 김 추기경 등이 신과 인간을 잇는 독특한 자체규율을 통해 국가권력까지 배제하는 교회법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므로 실정법으로 다스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천주 교회법 1160조에는 『성역은 국가권력의 지령을 받음이 없고 교회의 적법한 권위자가 이에 대해 그 재치권을 자유로이 행사한다』고 규정되어있다.
82년 부산 미 문화원 사건 당시 수배 중이던 최기식 신부(49·당시 원주교구청 교육원장) 가 범인은닉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으나 이번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고 주장한다. 당시 최 신부는 문화원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수배중이던 김현장씨(39)를 숨겨준 혐의로 구속기소 됐었다.
◇검찰입장=성직자의 양심과 직업윤리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실정법 위반사실이 너무도 명백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사법처리는 해야된다고 보고있다.
한 검찰간부는 성직자들에 대한 수사방침이 아직 전혀 결정된바 없다고 밝히면서 『성직자에게 고해 사실의 고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신중론을 펴고 있다.
특히 김 추기경이 우리사회의 거의 유일한 권위로 인정되고 있는 등 정치·사회적 현실을 감안할 때 추기경에게 실정법의 메스를 가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은데다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것으로 난처해 하고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교회가 국가처럼 주권을 지닌 것은 아니므로 범법 성직자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에 따라 적법 절차를 거쳐야만 되며 다만 처리는 융통성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고지죄=국가 보안법 위반자라는 사실을 알면서 수사·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아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다만 범법자와 친족관계가 있을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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