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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이슈로 이슈 덮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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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호 29면

강홍준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강홍준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지인이자 독자인 분이 강남 클럽의 탈세 의혹 등을 다룬 중앙SUNDAY 기사를 읽고 “다른 이슈를 덮으려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 장자연·김학의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한 무렵이었다. 신문이나 방송 몇 군데가 침묵의 카르텔을 맺고 이슈를 빼돌리던 시절도 아닌데 이슈를 이슈로 덮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식으로 답했다. 그 말을 들은 지인은 석연치 않아 했다. ‘언론이 왜 이렇게 중요한 걸 다루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묻어나왔다. 페이스북에서는 “정준영 황금폰에 묻혀서는 안 될 이슈”를 정리해 올려주는 친구들도 여럿 있었다.

버닝썬·정준영으로 김학의 덮냐고? #필요한 건 이슈 제대로 파헤치기다

조중동 프레임에 구겨 넣어진 지 20년 가까이 된 거 같다. 프레임 안에 일단 포착되면 프레임 안에 속한 개인의 생각과 의도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그 집단에 소속됐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됐고, 도매금으로 욕을 먹었다. 몇 년 전 본당 신부님이 “난 조중동 안 좋아하는데”라고 말해 다소 어색해진 상황이 벌어졌는데 그때 “JTBC랑 같은 회사예요”라고 답해 상황을 벗어난 적도 있다. 요즘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너는 박근혜 때 뭘 했니?”라는 댓글이 달라붙는다.

일인 미디어의 시대다. 탐사저널리즘 사이트가 심층 보도한 기사가 웬만한 언론사 기사보다 클릭수에서 월등히 앞선다. 포털사이트가 특정 기사를 채택해 메인에 올려주지 않으면 잘 쓴 기사라고 하더라도 그 글을 쓴 기자는 무플의 수모를 겪는다. 독자도 과거의 독자가 아니다. 자신의 취향대로 뉴스를 골라 소비하고 있다. 보고 싶지 않은 뉴스를 억지로 받아보는 일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 또는 기자가 속한 조직이 지금 해야 할 최대 임무는 제대로된 이슈 파헤치기가 아닐까 싶다. 버닝썬 손님 김상교씨가 지난해 11월 폭행당하면서 불붙기 시작된 강남클럽 게이트가 끝을 모르고 마냥 달려가고 있다. 손님 폭행과 경찰 비호에서 출발해 물뽕 마약과 성폭행으로 커지더니 이제는 탈세로 번지고 있다. 중앙SUNDAY의 후배 기자는 올 1월부터 버닝썬이 아니라 강남클럽 아레나에서 이슈 파헤치기를 시작했다. 강남클럽 아레나의 탈세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서울지방국세청이 봐주기한 의혹을 제기했고, 아레나를 포함해 강남 유흥업소 16개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실소유주 강모 회장을 추적했다. 이제는 범죄를 비호해준 경찰 등 주변 세력과 범죄자들 간의 유착 관계를 취재하고 있다.

동료 또는 후배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독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제보를 받아 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제보자에게서, 때로는 제보 대상자에게서 비난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가 자주 벌어진다. 상대방에게서 반론을 받아낼 때까지 사무실 앞에서, 집 앞에서 무작정 대기하는 기자들도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아서 그렇지 많다. 어떨 때 기자는 차라리 경찰이나 검사이고 싶다.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저들처럼 저렇게 뭉개지는 않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불법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씨가 22일 구속수감됐다. 하지만 이는 전체 이슈에서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다. 정씨 등은 단톡방에서 자신이 배설한 배설물을 자기가 먹었을 뿐이다. 거악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자연이든, 김학의든, 버닝썬이든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금 시점에서 결론을 맺을 수도 없다. 힘 가진 일부의 사람들이 묻으려고 해도 묻히지 않는 이슈다. 이슈를 쫓는 과정에서 비판도 뭇매도 맞겠지만 기자들의 추적과 이슈 파헤치기는 계속된다.

강홍준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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