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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빼고 다바뀐 靑안보실···김현종·최종건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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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최근 조직개편과 인적개편을 마무리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만 변동 없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번 개편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북·미간 긴장 상태가 높아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정 실장의 거취와 새로운 2기 안보실의 업무 분장이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당일 안보실 1, 2차장을 모두 교체했다. 정부 출범 20여개 월 만이다. 이어 지난 5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1차장 산하에 있던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을 평화기획비서관으로 개편하고, 이를 2차장 산하로 옮겨오는 내용을 담은 국가안보실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통과됐다.

 다음날엔 1차장 산하 안보전략비서관에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이 후임으로 임명됐다. 19일엔 2차장 산하 외교정책비서관이 박철민 주포르투갈 대사로 교체됐다. 20일 현재 안보 정책 및 국방 정책을 담당하는 1차장 산하에 노규덕 안보전략비서관, 김현종 국방개혁비서관, 박웅 사이버정보비서관이, 비핵화 관련 업무와 외교·통일 정책을 담당하는 2차장 산하에는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 박철민 외교정책비서관, 서호 통일정책비서관이 배치된 상태다.

 정 실장은 전날 외교부 후배인 신재현 전 외교정책비서관까지 교체가 결정되자 오전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 “나보고도 나가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취지로 언급 했다고 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교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야당의 성토를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실장은 카운터파트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바뀐 이후 청와대 내에서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 개편된 안보실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김현종 2차장과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이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을 개편하면서 “한·미 동맹의 안정적 관리 업무 등의 효율적 수행을 위하여 안보실 1차장 밑에 두는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을 평화기획비서관으로 개편하면서 2차장 밑에 두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2차장과 최 비서관이 사실상 대미 라인을 담당하며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변호사 출신인 김 2차장은 주유엔 대사를 역임하긴 했지만 통상 전문가이고, 최 비서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으로 국제관계를 전공하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정통 외교관료는 아니다. 문 대통령이 이들을 기용한 것은 향후 대북 제제 완화 국면에 대비해 남북 경협과 군축 문제 등에 있어서 기존과는 다른 창의적인 해법을 주문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이 깊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2차장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능력을 높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7년 11월 국빈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 공식환영식에서 김 2차장과 긴 악수를 하며 “당신이 FTA 가이(guy)냐”고 콕 찝은 일화가 유명하다.

최종건 신임 평화기획비서관. [사진 청와대]

최종건 신임 평화기획비서관. [사진 청와대]

최 비서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으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김기정 전 안보실 2차장을 잇는 연정(연세대 정외과) 라인의 막내 격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평소 “실력만 놓고 보면 최 비서관이 두사람 못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꾸려진 안보실에서는 교착 국면인 북·미 비핵화 협상을 타개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중재안을 모색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인 지난 4일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참모진들에게 북ㆍ미 입장 차이를 좁히고 현 제재 틀 내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 줄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다만 김 2차장과 최 비서관이 대미 외교 전문가는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대미 외교는 남북관계의 보조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반영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국무부도 문 대통령이 김 2차장을 발탁한 배경이 뭔지 다각도로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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