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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딸 손발 묶어 욕조에 가둔 엄마...日, 연이은 아동학대 사건으로 발칵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서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에서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포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응석을 부리지 않는다’, ‘혼날 짓을 하지 않는다’….
엄마는 여덟 살 딸에게 10개 항목의 서약서를 쓰게 했다. 아이가 이를 어기면 옷을 다 벗긴 후 손발을 끈으로 묶어 차가운 물이 담긴 욕조에 넣었다. 아이가 욕조에서 나오려 발버둥 치면 다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동거하는 애인과 함께 휴대전화로 욕조에 갇힌 아이를 촬영했다.

아버지에 맞아 숨진 소녀 등 끔찍한 사건 이어져 #지난해 아동학대 적발, 의심 사례 역대 최다 기록 #체벌금지 조항 넣은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안 발의

최근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발생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일본이 충격에 휩싸였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쿠오카 경찰은 14일 초등학교 2학년 딸을 학대한 29세 여성과 남자친구인 29세 남성을 상해에 이어 살인미수 혐의로 다시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 해부터 수차례 “예절교육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아이를 욕조에 넣었고, 그 과정에서 아이는 여러 차례 실신하는 등 목숨을 잃을 뻔했다. 사건은 지난 1월 25일, 학교에 온 아이의 몸에서 상처를 발견한 교사가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일본에서는 지난 1월에도 10살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학대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지바(千葉)현에 살던 초등학교 4학년 구리하마 미야(栗原心愛) 양이 아버지(41)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다 숨졌다. 아버지의 휴대폰에서 발견된 동영상에는 아이가 벽에 선 채로 구타를 당하며 “아버지, 죄송합니다”라고 애원하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아이의 어머니(31)도 “내가 맞지 않기 위해 아이의 폭행에 가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지난 1월 아버지의 폭력으로 사망한 10세 소녀 구리하라 미아(栗原心愛).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지난 1월 아버지의 폭력으로 사망한 10세 소녀 구리하라 미아(栗原心愛).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이 사건은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일본 사회의 미흡한 대응 시스템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미아 양이 죽기 전 학교 설문지에 폭행 당한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청했지만, 학교 측이 아버지의 강한 항의를 받은 후 설문지를 부모에게 넘겨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버지에게 혼이 난 아이가 ‘맞은 적이 없다. 거짓말을 했다’는 글을 아동상담소에 제출했고, 상담소 측은 이를 안일하게 믿고 미야 양을 아버지와 계속 살도록 방치했다.

지난 해 3월에는 도쿄(東京) 메구로(目黒)구에서 다섯 살 여자아이가 부모로부터 충분한 음식을 제공 받지 못해 영양실조로 숨진 사건이 있었다. 5월에는 기타큐슈(北九州)시에서 4살 남아가 아버지에 의해 TV 장식장에 갇혀있다 저산소증으로 사망했다.

14일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지난해 1년 간 학대를 받은 피해 아동 수는 1394명으로, 이 중 36명은 학대로 인해 숨졌다. 이는 2017년에 비해 226명이 증가한 것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아동학대 의심 사례 역시 2013년부터 5년 사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학대의 종류로는 폭언을 하는 등 ‘심리적 학대’가 전체의 7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체적 학대’, ‘방임’, ‘성적(性的) 학대’ 순이었다.

경찰은 관련 사례가 급증한 것에 대해 “비참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며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빠른 단계에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일본 민법은 “(친권자는) 감독과 보호 및 교육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자녀를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징계권’으로 인해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고도 “교육을 위해서였다”고 주장하면 용인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아동학대 사건으로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녀 체벌금지 조항을 담은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안을 마련해 곧 국회에 제출한다. 야마시타 다카시(山下貴司) 법무상은 지난 달 19일 민법 상의 ‘징계권’에 대해서도 “필요한 검토를 하겠다”며 개정 입장을 밝혔다. 앞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 달 7일 ‘체벌을 법으로 명확하게 전면 금지할 것’을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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