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한달 학원비 100만원 넘는데…정부 통계 못 믿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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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딸을 둔 김모(46·서울 영등포구)씨는 현재 자녀 학원비로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쓴다.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만 시켜도 한 과목당 30만원씩 총 90만원 정도 들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음달에는 사교육비가 120만원 넘게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에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오면 30만원이 넘는 대입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월 평균 사교육비 29만원 발표 #“한 과목만 학원 보내도 30만원” #통계에 영유아 학원비, 어학연수 #방과후 학교, 교재 구입비 등 빠져

김씨는 “현재 거주하는 지역이 대치동이나 목동처럼 특별히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 아닌데도 자녀가 두 명 이상 있는 집은 한 달 학원비로 300만원 넘게 지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며 “정부에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0만원이 안 된다고 발표할 때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 같아 신뢰가 안 간다”고 털어놨다.

사교육. [뉴스1]

사교육. [뉴스1]

12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규모는 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000억원이 늘었다. 1인당 사교육비는 29만1000원으로 27만2000원이었던 전년도보다 1만9000원 증가했다. 1년 만에 모두 역대 최고치를 또 경신한 것이다.

사교육비 증가보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학부모가 교육부의 조사 결과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0만원이 안 된다는 교육부 발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학부모들은 “실제 학원비는 과목당 30만~40만원 정도 하는데 한 과목만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고액 과외 중에는 100만원이 넘는 것도 많다”고 입을 모은다. 초2 아들을 둔 직장맘 송모(38·서울 송파구)씨는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영어·축구·미술 사교육만 시키는 데도 한 달에 85만원 정도 쓴다”며 “정부 조사대로 한 달 사교육비가 30만원 정도만 들면 가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사교육비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교육부가 사교육을 받는 학생(72.8%)과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27.2%)을 합쳐서 사교육비 평균을 내기 때문이다. 사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학부모들은 조사 결과가 현실과 크게 다르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 사교육에 참여한다고 응답한 학생만 따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집계해 보면 39만9000원으로 훌쩍 뛴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이들까지 포함한 금액(29만1000원)과 비교해 10만원이 더 많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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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에 영유아 사교육비, EBS 교재 구입비, 방과후 학교 수강비, 어학연수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교육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영유아 사교육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영유아들 때부터 영어·미술·음악·발레 등 다양한 사교육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2017년에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한 후, 이를 통해 2018년 유아 사교육비 본조사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아 사교육비 조사에 대한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정부에 사교육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했지만 아직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는 영유아 사교육비 실체를 파악하고 가정의 가계 부담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권지영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영유아는 단순히 사교육비만 조사하는 게 아니라 생활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 파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에서 현재 3년마다 보육 실태조사를 실시 중인데 이와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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