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사교육비 역대 최고라는데…월평균 29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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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2007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2015년까지는 적은 폭으로 등락을 반복해 왔는데 최근 3년 새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특히 고교 사교육비 증가세가 두드러져 대입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안 받는 학생 포함 논란

12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9조5000억원으로 2017년 18조7000억원에 비해 8000억원(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초·중·고 학생 수가 573만 명에서 558만 명으로 2.5%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규모가 커졌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1000원으로 전년도(27만2000원)보다 1만9000원(7%) 늘었다. 늘어난 금액과 증가율 모두 역대 최고다.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는 매년 4000원 이하 수준으로 오르거나 내리며 정체되고 있었다. 그러나 2016년부터 증가세가 시작돼 3년 연속으로 1만원 넘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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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만1000원이라는 수치가 현실보다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한 평균치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면 39만9000원으로 높아진다. 또 사교육비 조사에 학원과 과외, 인터넷 강의 등은 포함되지만 어학연수비나 EBS 교재 구매비, 방과후 학교 수강비 등은 포함되지 않아 일반적으로 학부모가 체감하는 것보다 적은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사교육 양극화 심화 … 서울 월평균 41만원, 충남 18만7000원

학교별로 보면 초·중·고교 모두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특히 고등학교가 심각하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고교 사교육비는 중학교나 초등학교보다 대체로 낮았다. 그런데 2015년 23만6000원이었던 고교생 월평균 사교육비가 2018년 32만1000원으로 늘었다. 불과 3년 새 8만5000원이나 늘었다. 입시 구조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내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데다 최근 ‘불수능’ 기조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 교육부는 사교육비 증가세를 “예체능과 취미 사교육비 증가 탓”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설명도 불가능하다. 예체능·취미 사교육비가 전년도보다 4000원 증가한 반면, 국·영·수 등 교과 사교육비가 1만5000원 늘었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사교육 참여율)은 2009년 75%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였지만 2016년 67.8%로 저점을 찍은 뒤 다시 높아져 72.8%를 기록했다. 2010년 ‘수능-EBS 연계’ 정책을 도입하며 주춤했던 사교육 참여율이 최근 반등했다.

‘사교육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지역별로 서울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1000원으로 가장 낮은 충남(18만7000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경기·대구는 평균 사교육비가 30만원 이상이지만 충남·전남 등은 20만원 이하였다. 특히 서울은 학생 1인당 월 평균 70만원 이상 지출하는 비율이 19.6%로 전체 평균(9.9%)의 두 배에 달했다.

조사 결과를 받아 든 교육부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한상신 교육부 대변인은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있어 교육부로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예고된 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결과는 사교육비 폭증 대란이라 표현할 정도”라며 “문재인 정부는 수수방관하며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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