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쿠션계의 ‘템퍼’ 일본 엑스젤 CEO “자는 것만큼 앉는 것도 중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루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어디일까. 학생이나 사무직이라면 잠자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보낸다. 이런 '앉는 자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찌감치 프리미엄 방석 시장을 공략해온 일본 기업이 있다.

고체와 액체의 중간적 성격을 가진 특수 젤 소재인 엑스젤로 만든 사무 의자용 쿠션인 '허그' 제품. [사진 카지 코퍼레이션]

고체와 액체의 중간적 성격을 가진 특수 젤 소재인 엑스젤로 만든 사무 의자용 쿠션인 '허그' 제품. [사진 카지 코퍼레이션]

 1969년 스포츠 신발 봉제 공장을 설립해 운영해오던 카지 코퍼레이션의 오가와 쿠니오 회장은 95년 특수 젤 소재인 '엑스젤'이라는 신물질을 개발했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욕창 등의 문제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욕창 방지 쿠션을 만든 것이 시초였다. 오가와 회장이 병원과 구급차, 의료 기기 등에 엑스젤을 납품하면서 B2B(기업간 거래)로 회사를 키웠다면, 그의 아들인 오가와 카나메 최고경영자(CEO·48)는 B2C(기업-소비자간 거래)와 수출로 판로를 넓혔다. 지난해 매출액 1300억원을 달성했다. 14일부터 국내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 2곳을 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오가와 CEO를 지난 7일 인터뷰했다.

엑스젤을 만든 카지 코퍼레이션 창업자의 아들인 오가와 카나메 CEO가 인터뷰가 끝난 뒤 자사의 대표 상품인 '아울(부엉이)' 방석을 들고 웃고 있다. 김경진 기자

엑스젤을 만든 카지 코퍼레이션 창업자의 아들인 오가와 카나메 CEO가 인터뷰가 끝난 뒤 자사의 대표 상품인 '아울(부엉이)' 방석을 들고 웃고 있다. 김경진 기자

엑스젤 개발 배경은. 
"30여년 전 아버지는 제조 산업이 대부분 제3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현상을 보면서 신발 봉제 사업에 ‘턴어라운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욕창 등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을 위한 의료용 쿠션을 만들면 고령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의료용인데 왜 일반인에게도 유용할 것이라 생각했나. 
"사업 초기에는 흴체어나 앰뷸런스 매트리스 등 의료용으로 납입하다가 점차 도요타 차량용 시트 등으로 공급처를 확대하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일반 사람들도 앉을 때 허리와 목 등에 불편함을 겪고 있기 때문에 범용으로 확대하면 시장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백화점이나 홈쇼핑 등 판매 채널이 다양해진것도 대중적 확대에 한 몫했다."
의료용에서 출발해 소비자 브랜드로 성장한 미국 템퍼의 사업 모델을 참고로 했나. 
"템퍼는 의료용에서 출발해 일상 생활에서의 수면의 질을 높이는데까지 사업 모델을 확대했다는 측면에서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템퍼가 수면의 질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시팅(sitting, 앉는 자리)’의 질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엑스젤을 이용한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푸니' 모델 방석. [사진 카지 코퍼레이션]

엑스젤을 이용한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푸니' 모델 방석. [사진 카지 코퍼레이션]

왜 일반인들이 의료용 기기같은 프리미엄 제품에 관심을 가지나. 
"예전엔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지만 최근엔 수면 환경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흐름이 곧 ‘앉는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 본다. 일본에선 요즘 ‘QOL(quality of life, 삶의 질)’이란 말이 유행하는데 고령화 될수록 건강이 화두로 부상하고 QOL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우리 제품에 한 번 앉아보면 퀄리티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고, 이런 차이가 전반적인 삶의 질로 연결된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기 때문에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고 본다. "
한국시장 진출만 유독 늦었던 이유는. 
"유럽 시장의 경우 정부가 헬스 케어나 의료용 보조 기기에 대한 지원금을 많이 주는 편이라 진출이 수월했다. 또 중동 지역에선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해야 하는 문화로 인해 프리미엄 방석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한국은 10년 전에 진출 기회를 모색했지만 당시엔 의료용 기기에 대한 시장의 니즈가 크지 않았다. 최근엔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 변화 등으로 인해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대기업 회사원을 하다가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았는데 선택에 어려움은 없었나. 
"교토대를 졸업하고 세계 3대 타이어 회사인 브릿지스톤에서 일했다. 아버지의 오랜 설득 끝에 2005년 가업을 물려받았다. 엑스젤 사업은 일반인의 건강에도 좋지만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공헌적인 성격도 짙다. 누군가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회사의 사명 역시 ‘편안히 앉는 것만을 진심으로 추구한다’이다. (웃음)"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