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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헬기사격 지시 받아" 증언자 색출한 노태우軍…문건 나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노태우정부 시절 군이 '5·18 헬기 사격' 지시를 받았다고 양심선언한 장교를 색출하려 했다는 내용의 군 내부 문서가 나왔다. 10일 SBS는 과거 기무사가 오랫동안 보관해 온 '광주사태 시 무장헬기 기총소사 내용 증언 동정' 문건을 김병기 의원실과 함께 입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1989년 3월 6일 당시 보안사가 작성했다.

문건에는 '5·18 무장헬기 사격은 사실'이라는 말이 당시 광주교구 고(故) 조비오 신부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면서 조 신부를 감시하고 조 신부의 뒤를 캔 정황이 담겼다.

또 "광주민중항쟁 당시 무장헬기 조종사로 참가한 전직 장교 1명이 86년 광주 대교구 사제 피정 때 양심선언으로 이런 사실을 밝혔다"고는 내용도 있다. 문건에 따르면 이 증언자는 "육군항공대 1여단 소속 정조종사로 상부로부터 시위 진압을 위한 사격명령을 하달받았고 인명 살상을 우려해 최소한 자기가 소속된 편대기에선 사격을 가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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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신부는 해당 문건이 작성되기 한 달 전인 1989년 2월 국회 청문회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목격담을 증언한 바 있다. 이후 군은 조 신부의 주변을 사찰하고 양심선언 장교를 색출하려 한 '동정 보고서'를 작성했다.

헬기 사격을 부인해 온 전두환(88)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썼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1일 재판대에 선다. 그가 법정에 서는 것은 1996년 12·12 군사반란,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23년 만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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