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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에 양주 똑같이 얻어먹었는데…선거 과태료 천차만별 왜

중앙일보

입력

조합장 후보자에게 30년산 1병, 21년산 2병, 12년산 1병 등 고급 양주 4병을 얻어 마신 조합원 13명에게 모두 2100만여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사진은 증거물. [사진 전남선거관리위원회]

조합장 후보자에게 30년산 1병, 21년산 2병, 12년산 1병 등 고급 양주 4병을 얻어 마신 조합원 13명에게 모두 2100만여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사진은 증거물. [사진 전남선거관리위원회]

전남 모 농협 조합원 13명은 최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말 그대로 ‘과태료 폭탄’을 맞았다. 오는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출마 후보자 측으로부터 술을 곁들인 식사를 대접받은 게 화근이었다. 이들에게 부과된 과태료 액수는 총 2100만원. 조합원 1명 평균 약 161만원이다. 선관위는 이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한 후보자 등 5명은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 전남 모 농협 조합원 13명에 과태료 총 2100만원 #조합장 후보자 측에 1인당 15만원씩 음식물 제공받아 #개인별 과태료는 달라…조사 협조 여부 등 고려해 정해

문제의 식사 자리는 지난달 중순 마련됐다. 생선회에 고급 양주를 곁들인 식사 비용은 모두 277만원으로 집계됐다. 후보자 등 자리를 마련하거나 이 자리에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5명과 참석 조합원 13명 등 18명이 1인당 약 15만원어치의 식사를 한 셈이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메뉴인 회와 양주를 얻어먹었기 때문에 과태료도 똑같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 부과된 과태료 액수는 개인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선관위 방침상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2배가량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회 몇점, 양주 몇잔을 마셨는지까지 조사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차이가 있는 발생하는 배경은 구체적인 과태료 액수를 정하는 복잡한 기준인 선관위의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규칙(위탁선거 규칙)’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선거 관련 금품·음식물을 제공받을 경우 10배 이상 50배 이하 과태료(최고 3000만원 이내)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에 대한 세부 사항이 담겨 있다.

위탁선거 규칙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과태료 부과 기준은 1인당 제공받은 식사비인 약 15만원이다. 우선 선관위는 사안의 경중 등을 고려해 이 금액의 30배를 기준 과태료로 잡았다. 1인당 약 450만원이다.

위탁선거 규칙의 과태료 부과 기준은 실제 액수를 정할 때 선거법 위반 동기나 선거에 미친 영향, 위반 정도, 조사 협조 여부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기준 과태료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감경 또는 가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기준 과태료가 450만원이라면 225만원부터 675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3배 차이다.

이에 따라 같은 액수의 음식물을 제공받아 선관위 조사를 받을 때 명백한 증거나 주변인 진술에도 혐의를 부인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괘씸죄’가 적용돼 옆 사람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개인별 최대 2배 안팎의 과태료 차이가 발생했다.

의도치 않게 선거 관련 음식물을 제공받은 경우 과태료를 크게 줄이는 방법도 있다. 바로 모든 사건에서 처벌 수위를 낮춰주는 가장 큰 요소인 ‘자수’다. 즉각 스스로 신고할 경우 대접받은 식사비 수준의 과태료만 부과받을 여지도 있다. 다만 자수한다고 해도 사안의 경중 등 종합적으로 여러 요소를 고려해 최종적인 과태료 액수가 정해진다.

전남도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가 별 뜻 없이 참석한 식사 자리도 과태료 부과의 계기가 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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