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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축소한 한·미훈련 비난…트럼프 “동창리 사실이면 실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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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일주일 만인 7일 북한과 미국의 냉기류가 표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조선과 미국이 ‘동맹’이라는 새로운 명칭의 합동군사연습을 벌려 놓았다”며 “이는 조(북)미 공동선언과 북남 선언들에 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표면 위 떠오른 북·미 냉기류 #북, 회담 언급 않고 외곽 때리기 #트럼프 ‘북 도발 말라’ 경고 메시지 #볼턴 “북·미 정상 대화 열려 있어” #북·미, 선 안 넘는 탐색전 이어질 듯

한·미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차원에서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키리졸브·독수리·을지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중단키로 했다. 대신 한·미는 최소한의 지휘소 훈련(CPX)인 ‘동맹’을 실시하기로 하고 지난 4일 훈련을 시작했다.

하노이 회담 직후 심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미국에 불만을 토로했던 북한이 서해 위성발사장(동창리)과 평양 인근의 미사일 연구시설(산음동)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행동’에 나선데 이어,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축소한 한·미 연합훈련을 놓고 뒤늦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양 정상이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만큼 북한이 회담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외곽때리기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며 여차하면 파탄의 책임을 미국에 묻기 위한 명분쌓기 차원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6일(현지시간)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징후에 대해 “사실일 경우 매우 매우 실망하게 될 것(very, very disappointed)”이라고 경고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38노스 등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을 분석한 뒤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에서 복구 움직임이 있다고 발표한 데 따른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약속을 깨고 있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지켜보려고 한다. 확인하기에 아직 너무 이르다”며 일단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일(미사일 발사장 복구)이 일어난다면 나는 매우 실망할 것이다”고 거듭 밝혔다. 사실관계가 파악되기 전까지 긴장을 고조하는 발언은 자제하겠지만 북한이 도발에 나설 경우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동시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동창리 발사장은 미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할 수 있는 곳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실망’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경우에 따라 대북 강경 기조로 선회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양국 관계의 불투명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걸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다시 대화하는 데 명백히 열려 있다. 우리는 언제 (대화 일정이) 잡힐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활동과 관련해선 “상황을 주의 깊게 볼 것”이라며 “아직 관련 보도에 대해 결론을 내리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연일 김 위원장의 하노이 방문 성과를 선전하고 있다. 북한은 전날에 이어 7일에도 김 위원장이 베트남으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도착 장면까지 담은 75분짜리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75분간 방영된 기록영화는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면서도 결렬 내용은 쏙 뺐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에선 수령(김 위원장)의 결정은 무오류라고 선전하고 있는 만큼 그가 참석한 회담이 결렬됐다고 보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성과’를 강조하고, 대외적으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 모두 키워놓은 협상 판을 먼저 깨기엔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당분간 차가운 탐색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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