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커피'의 반격, 추억 팔고 마블 히어로 파니 매출이 늘었다

시장 하락세인 인스턴트 커피, 믹스커피가 반격에 성공할까. [중앙포토]

'달달한(달곰한) 다방 커피’, 그러니까 믹스커피는 오랜 기간 회사원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 1976년 12월 동서식품이 처음 내놓은 이래 직장인의 나른한 오후를 깨우는 최고의 간식,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핑계로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이 급증하고 사무실마다 캡슐커피, 커피메이커가 구비되면서 예전 명성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에 따르면 동서식품과 롯데네슬레가 양분하고 있는 인스턴트 커피 시장은 2015년 1011억원에서 2016년 944억원으로 1000억원대 시장이 무너졌다.
이랬던 인스턴트 커피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손잡고 새로운 마케팅을 펼치거나 소비자를 되찾기 위해 인기 캐릭터를 구원투수로 투입한다. 또 각 사무실 내 각종 비품과 간식, 커피ㆍ차 등을 사는 ‘실세’ 업무를 맡은 총무ㆍ경리 직원의 마음을 살 사은품을 준비해 집중 공략하기도 한다. 최근 기성세대에겐 추억을, 젊은 층엔 새로움을 주는 '뉴트로' 마케팅이 더해지기도 한다.

"총무님들 이것 좀 보세요" 동서식품과 홈플러스는 사무실용 커피 구매를 실제로 하는 젊은 직원의 마음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재미를 봤다. [사진 홈플러스]

동서식품은 최근 카카오프렌즈와 손잡고 머그&코스터 세트, 보온병, 디저트볼 등의 굿즈를 함께 제공하는 ‘맥심 X 카카오프렌즈 스페셜 패키지’ 기획 팩 상품을 한정 판매했다. 이 기획 팩은 홈플러스에서 지난해 11월 12일부터 25일까지 2주 동안 인스턴트 커피 매출을 약 15% 끌어올리는 공을 세웠다. 실제 커피 구매를 맡은 각 회사의 총무ㆍ경리가 사회 초년생이라는 점에 착안해 준비한 사은품 덕이었다.
이 기간 오피스 상권 대표 점포의 인스턴트 커피 매출은 드라마틱했다. 판교테크노밸리 상권인 홈플러스 야탑점의 인스턴트 커피 매출신장률은 77%나 뛰었다. 마포구 합정점에서도 이 기간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신장했고, 구로ㆍ가산디지털단지를 커버하는 금천점은 23%, 송파구 잠실점은 21% 신장했다. 부산 지역 대표 오피스 상권 점포인 서면점에선 이 기간에 전년 동기 대비 무려 약 120%나 상승했고, 부산 연산점에선 약 23% 신장했다.

사무실 커피 구매 담당을 공략한 굿즈로 매출 껑충 #캐릭터 한정 팩으로 2주간 매출 15% 끌어올려 #추억의 맛 강조한 '자판기 우유맛' 우유 스틱 등장

매출 상승에 고무된 동서식품은 이런 마케팅을 계속 전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13일까지는 다시 홈플러스와 손잡고 영화 ‘캡틴 마블’ 개봉 시기에 맞춰 마블 히어로의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를 함께 제공하는 ‘맥심 X 마블 기획 팩’ 2종을 한정판으로 단독 판매한다.

비슷한 사례로 남양유업은 자판기 우유맛을 재현한 '남양 3.4 우유맛 스틱'을 내놓기도 했다. 학교나 길에서 동전 몇 개로 마시던 추억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 따뜻한 물과 섞어 달달한 우유 맛을 즐길 수 있으며, 시리얼, 에스프레소, 초콜릿 등과 섞어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할 수 있다. 남양유업 초창기 대표 마스코트였던 코끼리 캐릭터와 당시의 색상, 글씨체를 재현했다.

2002년 흔한 사무실 풍경. 커피 전문점에 밀린 인스턴트 커피가 추억으로 반격에 성공할까 [중앙포토]

장윤성 홈플러스 차·주류팀 바이어는 “인스턴트커피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원두커피, 캡슐커피 등에 밀려 매출이 하락세를 보여왔으나, 최근 제품 패키지에 캐릭터를 입히고 관련 사은품을 함께 제공하면서 매출이 두 자릿수 신장하는 등 다시 반등세를 보여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