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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이 외면한 마지막 오찬…마무리 메뉴는 고려인삼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노딜'(No deal)로 막을 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회담에서 두 정상에게 제공될 뻔한 마지막 메뉴는 북한산 인삼차였다고 로이터가 1일 보도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 정상회담 둘째날인 지난달 28일. 양 정상은 오전 단독회담과 확대정상회담에 이어 오전 11시 55분(이하 현지시간) 실무 오찬을 할 예정이었다.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측이 준비한 오찬 메뉴는 전채·본식·후식의 3개 코스였다. 업무 오찬 취소 후 로이터가 입수한 메뉴에 따르면 전채로는 푸아그라(거위간 요리), 본식으로는 심해 어종인 은설어요리, 후식으로는 바노피 파이(바나나와 생크림으로 만드는 영국식 파이)와 설탕에 절인 인삼, 인삼차가 제공될 예정이었다. 서양식 최고급 요리인 푸아그라 등으로 격을 높였고, 제임스 피어스 로이터 기자 트윗에 따르면 북한 특산품인 개성고려인삼으로 양국 식문화의 조화를 이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백악관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백악관 트위터 캡처]

식기 세트와 물잔까지 모두 완비된 테이블은, 그러나, 오찬 시작 시간으로부터 30여분간 텅비어 있었다. 하노이 취재 기자단 사이에서 "조짐이 이상하다"는 말이 돌기 시작할 즈음 백악관은 오찬 및 서명식 취소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양측 간 의견 차로 인해 회담 테이블을 걸어나왔다"고 했다. 동시에 두 정상은 지난해 싱가포르 오찬, 하노이 회담 첫날 친교 만찬에 이어 세번째로 함께 할 오찬 테이블마저 외면하게 됐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틀차인 지난달 28일 실무 오찬 메뉴. 양 정상은 이날 돌연 오찬을 포함한 오후 일정을 취소했다. [사진 로이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틀차인 지난달 28일 실무 오찬 메뉴. 양 정상은 이날 돌연 오찬을 포함한 오후 일정을 취소했다. [사진 로이터]

지난해 싱가포르 실무 오찬 당시 전채 메뉴는 새우 칵테일, 망고 케라부, 한국식 오이선 등 세 가지, 본식에 소갈비요리와 양저우식 볶음밥, 대구조림과 돼지고기 등 네 가지였다.

하노이 담판 첫날인 27일 친교 만찬의 첫 식사 메뉴도 새우칵테일·등심구이·배김치·수정과 등으로 싱가포르에 비해 간소했지만 양국 요리의 조화가 돋보였다는 평이다.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급작스레 취소된 가운데 워싱턴포스트 소속 데이비드 나카무라 기자가 "텅빈 오찬장"이라며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사진 나카무라 트위터]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급작스레 취소된 가운데 워싱턴포스트 소속 데이비드 나카무라 기자가 "텅빈 오찬장"이라며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사진 나카무라 트위터]

특히 27일에는 만찬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둔 상황에서도 만찬 메뉴와 관련해 북·미 양측으로부터 메뉴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만찬 담당 요리사들이 고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 CNN 방송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과 미국 양쪽, 특히 백악관의 관리가 만찬 메뉴를 ‘슈퍼 심플(매우 간소)’하게 계속 조정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하노이=전수진 기자,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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